고서점 거리 책을 들춰볼 때마다 오래 묵힌 신문지에 배어 풍겨오는 잉크 냄새가 콧속을 후빈다 헌 책을 펼쳐드니 꽃들이 퉁겨져 나온다 풀 씨들이 날아들고 벌과 나비가 파득거리며 눈 앞에 아른거린다 누군가 헌 책방은 정원이다 라고 말한 대목이 얼핏 스친다 근데 그 누군가가 확실치 않다 내 안을 거쳐간 과.. 도시유목(都市遊牧) 2007.11.14
창고 재 발견 창고 1 신흥동 일대는 일제 강점기 때부터 본격적인 창고들이 세워진다 구 시대 산물이라고 폄하했던 창고 무리들이 1999년까지 즐비했었다. 리키다로 정미소, 가토 정미소, 奧田 정미소 등이 신흥동 일대에 넓게 자리잡고 있었다 인천에서 제일 먼저 정미업을 시작한 인천 정미소와 그 뒤를 이어 미국.. 도시유목(都市遊牧) 2007.11.10
거리풍경 거리풍경.... 잠시, 엔리케 그라나도스가 작곡한 스페인 무곡 가운데 한 곡인 '오리엔탈'을 처음 접한 것은 고등학교를 막 졸업했었을 당시였다 필하모니, JIM,카사, 몽마르트, 만토바니, 2001 등의 클래식(세미 클래식)을 틀어주는 찻집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했던 무렵이었다 이들 찻집들은 한결 .. 도시유목(都市遊牧) 2007.11.02
재개발 지구를 지나며 손가락 다쳐 열 바늘 꿰매고 보니 온몸이 아파온다 백분의 일도 안 되는 작은 상처에 신열이 오르고 이러다가 죽어나자빠질 수도 있다는 상상을 해 본다. 모든 상처에는 아픔이 저장돼 있다 파헤쳐진 살점은 두 번 다시 원형이 될 수 없음을 송림동에서 깨닫는다 다시 손가락이 아프다 세상은 온통 상.. 도시유목(都市遊牧) 2007.10.29
기이한 인연 그리고 주례사 지난 4월 어느 날이었다. 그날의 기록 가운데, " 시야가 휘청거릴 정도로 햇볕은 좋았다. 작가들 배 주릴까봐 쫄면의 유혹을 마음에 포장해서 올라갔더니 다들 요상스러운 싸구려 '부페'를 먹으로 갔단다. '부페'인지 '부패'인지 잘 모르겠지만...^^ 김창기 선생 만 타임캡슐을 용감히 지키고 섰는데 천(.. 도시유목(都市遊牧) 2007.10.27
사라지는 것들 -한국유리- 인천에서 유리가 대량으로 제조된 시기는 1928년 4월부터이다 물론 소규모 공장이 송월동에 설립되어 약병 과자병 어항 등을 만들었지만 1905년 시기였던 점으로 보아 그 규모는 보잘 것 없었으리라 본다 만석동 유리제조소의 규모는 오늘날과 다르지 않을 만큼 세계적인 규모로 당시에 중국으로 수출.. 도시유목(都市遊牧) 2007.09.09
월미도 호텔 濱 회고와 전망이란 단어를 책상머리에 써 붙여놓고 얼마간 곰곰이 생각건대 지나간 일들 가운데는 곧추세울 것과 구부려야 할 것 또는 그냥 내버려 둬도 좋을상 싶다고 생각되는 것들이 순식간에 오버랩 되면서 그 잔상들이 비듬 조각처럼 책상 위를 흐트러뜨리고 있었다. 재 개발지에서 주워온 앉은뱅.. 도시유목(都市遊牧) 2007.08.18
월미도, 얼미도, 어을미도 육지에서 보면 영락없이 섬이고 막상 다가가 만져보면 섬의 모습은 사라져 어느 틈엔지 육화된 섬 하나가 눈에 맺힌다 월미도 이 섬을 찾는 사람들은 한결 같이 월미도라 부른다 앗! 차! 나 또한 '이 섬..'이라 했다 수십 년을 그렇게 불렀으니 잇니 배긴 습관을 단숨에 떨쳐버리는 게 이렇게 어렵다는 .. 도시유목(都市遊牧) 2007.08.15
백노두 한 때 주전부리의 대명사로 불려지던 백노두를 오랜만에 먹었다 P시를 다녀온 B신부가 경흥제과에서 만든 1000g짜리 사탕이라고 쓰여진 먹을거리를 내놓은 것이다 어릴 적 건어물 가게나 구멍가게에서 한 됫박에 얼마 씩 또는 한 줌에 얼마 씩 팔았던 추억의 과자였었는데 세월의 흐름에 동참했는지 담.. 도시유목(都市遊牧) 2007.07.14
숨어 있는 밥솥 태조 왕건이 건국을 기념해 지었다는 개태사의 철확은 아닐지라도 그에 버금가는 거대한 솥이다 견고성와 안전성 그리고 실용성 등을 따져 봤을 때 현대의 그 것과 별 차이를 못 느낄 정도로 정말 다부지게 만들어진 밥솥이다 수 백 명의 식사 거리를 감수해야 했을 이 근대 시대의 밥솥을 보면서 격.. 도시유목(都市遊牧) 2007.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