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풍경....
잠시,
엔리케 그라나도스가 작곡한 스페인 무곡 가운데 한 곡인
'오리엔탈'을 처음 접한 것은 고등학교를 막 졸업했었을 당시였다
필하모니, JIM,카사, 몽마르트, 만토바니, 2001 등의 클래식(세미 클래식)을
틀어주는 찻집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했던 무렵이었다
이들 찻집들은 한결 같이 통행금지 해제가 이뤄진 해부터 밤새도록
영업을 했는데, 말이 영업이지 통금에 쫓겨 여인숙이라도 들어가지 못한
객들에게 안락한 휴식 공간으로 자리잡기도 했었다
그런 과정에 합류해 짐(JIM)이란 다방에 들어갔고
그 곳에서 틀어준 음악이 바로 '오리엔탈'이란 곡이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모 수장이 총격으로 살해되었고
갑갑할 정도의 이 세태는 주먹과 총부리와 군복 그리고 목소리에 힘주는 사람들의 차지였었다.
당시의 사진들을 보면 죄다 검은 톤의 옷들이 주종이었고
사람들의 미소는 쉽사리 발견하기조차 어려웠던 때였다
사람들이 문화적 삶의 풍류를 느끼며 살고 있다는 것은
대개가 감춰져 있는 숨겨져 있거나 모종의 카르텔 조직 같은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졌었다
시랑, 은성다방, 국제다방, 통일다방, 상록수 다방, 약속다방, 곰다방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늙수구레한 다방들 속에서
은밀한 꿈들을 키우며 살았던 것이다
지금과는 너무도 판이한 상황임이 느껴질 때마다
가끔 씩 경기를 일으키기도 한다
구시대의 퇴물이 돼버린 느낌이다. 이 것도 진화의 일부라면
한 편의 마음이 위로받겠지만 퇴적물처럼 쌓여만 갔을 때에는
좀처럼 살아온 이력에 대한 자존이 상처를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위 사진의 길은
옛 인천여고 교정의 일부였지만
인천여고가 연수동 신도심으로 이전한 이후
도로가 생기고 담벼락이 나워져 완전 개방된 채
일반화된 거리로 변한 곳이다
다만 몇몇의 나무와 아름드리 은행나무 만이
담장의 위치를 추정케 해주고 있다
어느 어여쁜 학생의 뒷태를 따라가고 싶기도 했던
마치 덕수궁 돌담 은행잎 흩날리는 거리에 대한 전설을(이별)
애써 마음에 심으며 심상을 키우고 곳이기도 했던
이 거리를 보니 갑자기 옛 일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그냥 가을이니까
그냥 생각났고
그냥 그렇게 지나가서 회륜의 중심축에서
내가 과연 끊임없이 이어지는 새로움인지
아니면 역사라는 짐승이 씹어대는 추억의 먹이감을 되새김질하는 것인지
그냥 가을이니까
그냥 생각이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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