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로 나눠지는 외로움이다. 나는 너를 그리워한다 네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면 '일미향' 자장의 면발 같은 허기가 나를 견딜 수 없게 한다 보송거리는 네 하얀 하늘이 그리워 부지기수로 담배를 피워 대지만 그리움은 이내 허공이 되고 다 타버려 부끄러운 부호로 남았다 말더듬이가 써 내려가는 장문의 시는 나의 언어가 되.. 밤의 대화 2000.08.10
독립적인, 너무나 독립적인 신 새벽에 나의 말초적인 긴장이 봉긋이 솟아난 여명의 아침에 내가 이 지상 위에 머무를 수 있는 최상의 무기는 나여야 함을 깨닫는다. 거시기여! 내 배 속에는 독자적인 그러나 비합법적일 수 있는 위험스러운 무기는, 늘 누군가의 영역을 염탐한다. 거시기여! 바카스 한 병 눈이 붓도록 찾아 헤메었.. 밤의 대화 2000.08.08
연안부두, 황해 배연신굿 마침내, 기억으로 일어서서 와락! 달겨드는 바다여 시름도 삭아 저리도 누르구나! 암흑을 밝히려 하였던 너의 등뼈는 휘어져 무른 젖가슴으로 바다를 껴안고 있다 등대여! 어느덧, 세월이 흘러 117년의 나이를 먹어도 진부한 너의 외투 자락은 무겁고 구멍난 바다의 정면으로 어지럽게 머리를 쳐 박는.. 밤의 대화 2000.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