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대화

나는 너로 나눠지는 외로움이다.

濟 雲 堂 2000. 8. 10. 16:09
나는 너를 그리워한다
네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면
'일미향' 자장의 면발 같은 허기가
나를 견딜 수 없게 한다

보송거리는 네 하얀 하늘이 그리워
부지기수로 담배를 피워 대지만 그리움은 이내
허공이 되고 다 타버려
부끄러운 부호로 남았다

말더듬이가 써 내려가는 장문의 시는
나의 언어가 되어 달라는 거
밑 닦을 휴지가 되어 달라는 거
나 하나만을 위해 죽어 달라는 거
...였다.

살기 위하여
너를 그리워하는 법도 배우고
그리워하다가 지쳐 눕는 법도 알게 되고
애 타고 속 쓰려 하다가 시가 되기도 하는
말더듬이의 생애

나는 너로 나눠지는 외로움이다
쪼개고 쪼개어도 그리워지는 존재이다
네가 되기 위하여
속내로 불타 들어가는 하얀 숯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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