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새벽에
나의 말초적인 긴장이
봉긋이 솟아난 여명의 아침에
내가 이 지상 위에 머무를 수 있는
최상의 무기는 나여야 함을
깨닫는다. 거시기여!
내 배 속에는
독자적인 그러나 비합법적일 수 있는
위험스러운 무기는, 늘 누군가의 영역을
염탐한다. 거시기여!
바카스 한 병
눈이 붓도록 찾아 헤메었을 익명의 동굴은
다시 비움으로 채워지고
어제가, 잠시 비어 있던 어제가
황급히 몸을 싣는다
슬쩍 내려놓았으므로 길 위에
바카스 한 병
다시 쇠붙이에서 아이가 떠밀려 나온다
무거운 눈물 앞세우고 떠밀려 나오자
이윽고 떠밀려 나오는 새 책가방
뒤차에 떠밀려 엄마는 떠밀려 가고
아이만 길 위에 남는다
다시 쇠붙이의 교문은 열어지고
누가, 신 새벽을 활보하라고 했는가
참매미들 흐느껴 우는 세월에
멈추어, 멈추어 서서 애오라지
멈추어 설 수 없는 길에서
한 무리의 노인들이
자유공원 비탈길을 내려오고 있다
가벼운 행보를 옮길 적마다
웃음으로 흘러내리는
地上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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