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겨우내 꽁꽁 얼어붙었던 수도가 녹으면서
바닥은 다시 물바다가 되었다
아랫도리를 움켜쥐며 이웃집 건물로
아랫집 식당으로 달려가던 우리들은
다시 젖은 걸레를 내동댕이친 채
주인 얼굴도 잘 모르는 이웃집 건물로
그저 웃음이 넉넉하기 만한 지하촌 식당으로
오줌과 똥을 누러 다녀야 했다.
2.
다시 배워야겠다.
길은 익숙해질수록 길들여지기 마련인데
눈이 한 번 왔다 하면 길은 오간 데 없이 사라지고
온통 바다가 된다는 것을
등대처럼 희미하게 나마 올곧게 서 있어야 하는 법을
다시 배워야겠다
3.
겨울에는
겨우살이로
봄에는
봄나드리로
여름에는
여름나기로
가을에는
가을타기로
다시 겨울는
겨우겨우 살아가야 하는 것을
이제 겨우 알게 되었다.
4.
파업과 해외 자금 도피
남방으로 향하는 수만의 골프 행렬
엔간히 늙었으면 기력도 딸릴 뻔한 데도 여전히 건재한 정치인
몰래 미국으로 여행 다녀온 어느 돈 많은 집안의 여대생
하루 중에 라면이 필수인 어느 NGO 사무실 상근자들
아이의 육아를 위해 기꺼이 몸바치는 세기말적 모성
알루미늄 철창 안에서 화마의 절명으로 스러져가던 매춘의 꽃다지들
코리안 드림에 나자빠지는 foreign workers
자살의 이유가 너무도 명백한 그러나 여관방에서
공회전이 많으면 연료 손실이 많음을 알면서도 공전하는 빈대머리 의사당
돈맛이 죄라며 3번씩이나 낙태한 열 여섯 살의 여자,
엄밀히 말해서 금치산자인 그녀의 아랫도리엔
성인 127명의 콩나물 같은 정자가 꾸역꾸역...
대형 할인점으로 물품을 사러 다니는 재래시장 상인들
새로운 빙하기에
학교, 교회, 도서관, 절, 박물관, 문화회관. 역사의 유적지...
이름만 들어도 왠지 가슴 한켠이 뿌듯해져 오는 저 충만의 가슴팍은
개점 휴업 중!
5.
쓰윽 쓱
버억 뻑
토닥토닥
만지작만지작
오물딱조물딱
끄응 끙
영차!...
겨우살이를 마치는 동안 내는 소리 또는 내야 할 소시민의 소리들
겨우내 꽁꽁 얼어붙었던 수도가 녹으면서
바닥은 다시 물바다가 되었다
아랫도리를 움켜쥐며 이웃집 건물로
아랫집 식당으로 달려가던 우리들은
다시 젖은 걸레를 내동댕이친 채
주인 얼굴도 잘 모르는 이웃집 건물로
그저 웃음이 넉넉하기 만한 지하촌 식당으로
오줌과 똥을 누러 다녀야 했다.
2.
다시 배워야겠다.
길은 익숙해질수록 길들여지기 마련인데
눈이 한 번 왔다 하면 길은 오간 데 없이 사라지고
온통 바다가 된다는 것을
등대처럼 희미하게 나마 올곧게 서 있어야 하는 법을
다시 배워야겠다
3.
겨울에는
겨우살이로
봄에는
봄나드리로
여름에는
여름나기로
가을에는
가을타기로
다시 겨울는
겨우겨우 살아가야 하는 것을
이제 겨우 알게 되었다.
4.
파업과 해외 자금 도피
남방으로 향하는 수만의 골프 행렬
엔간히 늙었으면 기력도 딸릴 뻔한 데도 여전히 건재한 정치인
몰래 미국으로 여행 다녀온 어느 돈 많은 집안의 여대생
하루 중에 라면이 필수인 어느 NGO 사무실 상근자들
아이의 육아를 위해 기꺼이 몸바치는 세기말적 모성
알루미늄 철창 안에서 화마의 절명으로 스러져가던 매춘의 꽃다지들
코리안 드림에 나자빠지는 foreign workers
자살의 이유가 너무도 명백한 그러나 여관방에서
공회전이 많으면 연료 손실이 많음을 알면서도 공전하는 빈대머리 의사당
돈맛이 죄라며 3번씩이나 낙태한 열 여섯 살의 여자,
엄밀히 말해서 금치산자인 그녀의 아랫도리엔
성인 127명의 콩나물 같은 정자가 꾸역꾸역...
대형 할인점으로 물품을 사러 다니는 재래시장 상인들
새로운 빙하기에
학교, 교회, 도서관, 절, 박물관, 문화회관. 역사의 유적지...
이름만 들어도 왠지 가슴 한켠이 뿌듯해져 오는 저 충만의 가슴팍은
개점 휴업 중!
5.
쓰윽 쓱
버억 뻑
토닥토닥
만지작만지작
오물딱조물딱
끄응 끙
영차!...
겨우살이를 마치는 동안 내는 소리 또는 내야 할 소시민의 소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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