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대화

철새를 보면서

濟 雲 堂 2001. 5. 7. 22:19
산처럼 때로는 흐르는 물처럼

산이 되기도 하다가
파도가 되기도 하였던
가슴이 먼 이방인

아침 햇살
등에 짊어진 채
북방 허공을
미끄러지듯 채워 가고 있다.



전선 지중화 공사가 한창인 신포동에
하나 둘, 전봇대는 뽑혀 나가고
오래 묵은 한 평생을 짓눌려 살아온
골목길은 넓혀져 다시 칼라 아스콘으로 포장된다지만
또, 한 평생을 징징 울어대던 전봇대는
지상의 현기증을 잊고 싶었는지
다리를 쭈욱 편 채
눈을 감고 있었습니다.

내 아버지 돌아가실 때,
왠지 모를 허무로 가득 채워지던 것처럼
가슴 한 구석이 시려 오고
매양 뒤집혀지고 뒤섞이는 길은
다시 새 길로 이어져
새로 바뀐 이정표는 마땅히 세워져야겠지만
新浦洞!
근대개항의 처녀지 '탁포(坼浦)'또는 '터진개'에서
한 시대의 주름은 자꾸 늘어만 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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