告天文 -정월 대보름 지신밟기를 치루면서-

유세차 신사년 정월 대보름 늦은 시에
삼가 하늘 님께 고하나니
저희의 소원을 들어주시고
한도 풀어 주소서
저희들의 바램이야 그저 삼 시 세 끼 잘 먹고
두 다리 쭉 뻗고 잘 자는 게 소원이라면 소원입니다
세상이 어찌 어찌 돌아가는 것을, 잘은 모르나
요즘의 우리 동네에서 벌어지는 악운들이
정초부터 우환으로, 다가오는지라
이러한 변고를 두 눈뜨고 볼 수 없어
삼가 정월 대보름날에
지고 지존하시고 하해와 같이 넓고 깊으신 하늘 님께
감히 아룀을 용서하소서
우리의 속사정은 날로 병들어
병고의 고통이 곪아터지기 일보 직전입니다
하늘의 선물이라고 믿었던 눈이 억수로 쏟아져
없는 놈 가슴에 못질하듯이 일억 원 짜리 천막이 무너지고
치솟는 물가에 서민들의 장바구니는 가벼워지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형 할인점들은
우후죽순으로 난립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정치판은 개판이고, 경제판은 사까닥 판이고
우리네 살림은 이판사판이 되고 있습니다요.
어려운 살림, 한 번 뻑쩍찌근하게 잘 살아 보겠다고
굳은 맘 한 데 모여 비옵나니
고통이란 고통은 모두 물리치시고
채로 썩썩 쳐주셔서
얼맹이 같은 재앙과 부스럼들을 솎아 주시길
간절히, 간절히 비옵나이다.
차재에 신포동 어르신네들을 모시고
조촐하게나마 한 상을 차려 놓았으니
마음으로 드시고
온 갖가지 액운들을 썩 대리고 물러가 주시길
간절히 비옵나이다.

상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