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대화

꽃으로도 피어나는구나

濟 雲 堂 2007. 4. 11.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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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일도 지나갔고 한식도 지나갔다

떼를 입혀야겠다고

수 차례 마음 먹지만

번번이 해를 넘기게 된다

 

하루라는 짐승은

먹는 거로부터 시작해서

먹는 거로 마치는

먹을 것이 없으면 하루가 존재하지 않는

괴물처럼 존재했다

 

 

땅으로 돌아간, 아니

어디론가로 가신 아버지에게

사랑했었고 여전히 사랑하고 있노라고

묫자리에 눈 길을 준다

 

헤어지면

영영 다시는 못 만날 것 같은 아버지

얼굴을 마주치지 않으면

모습조차 기억에 가물가물 할 것 같았는데

 

기일도 지나고 한식도 훌쩍 지나가버린

때 늦은 어느 날

자세히 보니

 

봉분 위는

지난 겨우내

상상 속에 그려보았던

진달래와 쑥이 얼굴을 드러내 놓고 있었다

 

 

아버진 그렇게 계셨군요

봄이면 봄 꽃으로

겨울이면 겨울 그 황량함으로

 

헤어지면

영영 다시는 못 만날 것 같았고

얼굴을 마주치지 않으면

생각에서조차 떠 오르지 않을 것 같았던

아버지는

꽃으로도 피어나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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