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꺽정의 무리가 출몰했다고 전하여지는
징맹이 고개에 다다르니, 의적은 간 데 없고
어느새 밤꽃 향이 코끝에 머물다가 이내 사라져버린다
매를 징수하여 훈련시켰다는 징맹이 고개에서는
죽은 새도 자라나는 법
비좁던 고개의 험난함은 넓적하게 드러누운 포도가 되기도 하고
산의 형체 또한 닳고닳아
차마 늙은 시인의 이빨처럼 뭔가 허전해 보인다
이규보는 자오당에 올라서서 망해지를 읊으며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돌계단을 오르면서 와편 한 조각을 줍는다
삼국시대 때 쌓은 고성의 일부였을까?
밋밋해진 빗살무늬가 오랜 세월을 희롱이라도 하듯
군데군데 널부러져 나뒹굴고 있었다
산을 보니 왠지 욕망이 인다
단지 오르고 싶다고 말해 버리기엔
딱히 설명하기 어려운 욕망이 숨어 있었다
그래서 산에 오르는 지도 모른다
산에는 뭔가가 묻혀 있었을까?
단지 흙으로 쌓아 올렸다고 보기엔
너무나 鐘을 닮아 있는 산,
그래서 산에는 울림이 많은 지도 모른다
산정에 다다르니 옆에 있는 산이
다리를 쭉 뻗고 기대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평생을 어깨 견주며 나란해 보였던 친구,
슬픈 등을 보이며 털푸덕 주저앉아 보지만
"자네가 내 곁에 있어 안심이 돼!" 라고 말하는 것처럼
산은 혼자가 아니었다
나이가 제일 많았던 김구연 시인
그리고 여섯 살배기 영주에 이르기까지
산은 모두를 친구로 삼은 듯 바람까지 선물로 주었다
뿌옇게나마 섬들의 다가섬을 가로막고 있는 황해가 보인다
아니 "너희들도 살아!" 라고 땅뙈기를 뚝뚝 떼어 준 육지의 끝 녘에는
소출의 꿈이 영그는 김포 평야가 보인다.
북으로는 한강을 두르고 남으로는 부평 평야를 감싸 안은 채
치솟을 대로 솟아나 버린 계양산.
가끔은 잃어도 좋은 것과 잊어서는 안 될 것 사이에
산행의 고통쯤은 잃어버려도 그만일 거라는 생각이
하산의 깊이를 낮게 만들고 있었다.
징맹이 고개에 다다르니, 의적은 간 데 없고
어느새 밤꽃 향이 코끝에 머물다가 이내 사라져버린다
매를 징수하여 훈련시켰다는 징맹이 고개에서는
죽은 새도 자라나는 법
비좁던 고개의 험난함은 넓적하게 드러누운 포도가 되기도 하고
산의 형체 또한 닳고닳아
차마 늙은 시인의 이빨처럼 뭔가 허전해 보인다
이규보는 자오당에 올라서서 망해지를 읊으며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돌계단을 오르면서 와편 한 조각을 줍는다
삼국시대 때 쌓은 고성의 일부였을까?
밋밋해진 빗살무늬가 오랜 세월을 희롱이라도 하듯
군데군데 널부러져 나뒹굴고 있었다
산을 보니 왠지 욕망이 인다
단지 오르고 싶다고 말해 버리기엔
딱히 설명하기 어려운 욕망이 숨어 있었다
그래서 산에 오르는 지도 모른다
산에는 뭔가가 묻혀 있었을까?
단지 흙으로 쌓아 올렸다고 보기엔
너무나 鐘을 닮아 있는 산,
그래서 산에는 울림이 많은 지도 모른다
산정에 다다르니 옆에 있는 산이
다리를 쭉 뻗고 기대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평생을 어깨 견주며 나란해 보였던 친구,
슬픈 등을 보이며 털푸덕 주저앉아 보지만
"자네가 내 곁에 있어 안심이 돼!" 라고 말하는 것처럼
산은 혼자가 아니었다
나이가 제일 많았던 김구연 시인
그리고 여섯 살배기 영주에 이르기까지
산은 모두를 친구로 삼은 듯 바람까지 선물로 주었다
뿌옇게나마 섬들의 다가섬을 가로막고 있는 황해가 보인다
아니 "너희들도 살아!" 라고 땅뙈기를 뚝뚝 떼어 준 육지의 끝 녘에는
소출의 꿈이 영그는 김포 평야가 보인다.
북으로는 한강을 두르고 남으로는 부평 평야를 감싸 안은 채
치솟을 대로 솟아나 버린 계양산.
가끔은 잃어도 좋은 것과 잊어서는 안 될 것 사이에
산행의 고통쯤은 잃어버려도 그만일 거라는 생각이
하산의 깊이를 낮게 만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