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대화

신 시가 개발지에서

濟 雲 堂 2001. 5. 8. 19:41
흙이 파헤쳐지고 있다
한 삽으로 나자빠져도
여전히 흙으로 모이는 흙이

흙을 보면
왠지 모를 두려움과 경건함이
알싸하게 느껴진다

흙에서 태어나지 않은 것 없고
흙으로 돌아가지 않는 것 없음에 대한...

나무 가지에 꽃들이 떼거지로 몰려 있다
春鬪가
이른 뜨락 안에도 존재한다
한 발짝 뒤로 물러서 보니
거, 무슨 새 같다

무언으로 딛고 일어서는, 흙에서는
나무와 나는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처지이다
하나는 새를 희망하고
나는 그 숲에서 살길 바란다
누가 더 자유롭게 추락하는 가를 시험하고 있는 것이다

아프지는 않았을까
목청 쉰 듯한 사금파리 한 조각이
공사장 밖으로 비명을 지른다
여기 흙으로 돌아가야 할 또 하나의 치부가
오랜 세월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한 평생의 내 몸에서는
꽃 한번 피워 본적 없지만
나무의 오랜 기억 속에는
그런 생각들,
거, 무슨 새가 되어 보고 싶은

흙이 파헤쳐지고 있다
나무와 나 그리고
허공의 새는,
같은 처지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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