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대화

동짓날 밤에

濟 雲 堂 2003. 12. 16. 21:01
백주(白晝)의 쑥스러움이었을까?
하고 싶은 말못하고
살아가야 하는
오라 같은 얽매임

하루 종일
자객처럼
숨어 있던 어둠이
창 밖에 서성이고

동지(冬至) 날은
내 영혼의 음택(陰宅)
팥죽 끓이는 단지 속에서
대구리 터져 가며
옹알거리는 팥 알갱이들이
복수를 꿈꾸고 있을 것이므로

여섯 살짜리 계집아이
머리통을 꿰뚫고 지나간
이라크 침공 미군의 총알이
별똥처럼 스치운다
북국 바람에
냉혈이 되어
똬리를 튼 채 잠들어 가는
200만 동포 또는 30억 절대 빈곤층
머리 밭은 깜깜
어둠 세상

백주(白晝)의 쑥스러움이었을까?
숨어서
기나긴 동짓날 밤
남모르게 사랑한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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