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날 아침
네모난 상자 곽 같은 아파트 옆구리에
노랗게
자신을 물들이고 있는 은행나무
한 그루
아마, 울음의 출처는 그 나무였을 것이다
홀로 남아 있다는 것은
쓸쓸함도
외로움도
허허로움도 분명 아닐 것이다
누군가가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호사스런 고독일터
추석날 아침은 그렇게 매미가 울어댔었다
짐짓 비보가 들려온다
슬픈 소식이 아니라
비 소식이다
그 것도 엄청난 강풍을 동반한 비보
TV에서는 초속 50킬로미터만 돼도
사람이 날아가고
지붕이 뜯겨나가
평지 세상이 갈기갈기 찢겨나간단다
구름이 운집한다
다시 바람을 훑어 비를 끌어오고 있다
종이 장 같은 세상에
숭숭 구멍을 내는 혹우(惑雨)를
마침내 몰고 오고 있다
나도 사랑하는 당신도
어쩌면 곰보팽이가 될지도 모른다
매미가 배시시 미소짓고 있으므로
매미는 매미가 울 때
더욱 잔인하게 기억되는 법
이마가 따갑기 시작한다
내 허리가 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