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대화

황해 낙조를 보지 않고서

濟 雲 堂 2000. 10. 9. 00:37
황해 낙조를 보지 않고서
만선으로 귀항하는 바다의 기쁨을 노래하지 마라
금 쪽 같은 조기 떼 몰고 오는
바다, 너끈한 한아름으로 와락 달겨드는
그 팔뚝에 안겨 보지 않고서
월미도 앞 바다를
보았다 하지 마라

오늘은 누가 다녀갔을까만은
어느 도시에서건
회벽에 스며든 마른 일상을 떼어내
축축하게 적셔 보지 않은 이 없으리

난 바다
출렁이는 속삭임에
갯비려 오금이 저려오는 입수의 충동을
어느 누구도 한 번 쯤은 떨구어 보았으리

날 저문다
모이세 모이세
한 편으로 모이세
두렁 넘어도 모이고
한강 다리 넘어도 모이고
도시적 설움이 싱거워 눈물로 고인 바다
모이세 모이세

금 쪽일세 누런 바다
가없이 창망한 품에
안기다 보면, 속 시린 세상살이
안식의 침례 받아 황금빛으로 젖어 드는,
황해 낙조를 보지 않고서
월미도 앞 바다를
보았다 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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