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노벨 문학상을 받게 되는 국가가 탄생하였습니다.
엄청난 인구와 더불어 저변을 넉넉하게 포진하고 있는, 문학 인구가 우리와는 비견할 수 없을 정도 많은 중국이 이 번에 노벨 문학상을 타게 된다는 소식을 아침 뉴스로 접하게 되었습니다.
동아시아에서는 문학의 역사성으로나 문화적 연결 고리가 비교적 취약하다고 규정했던 일본이 1968년도에 노벨 문학상을 받았을 때,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가 경악을 금치 못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경제 중흥만을 앞세웠던, 적어도 서양인의 파란 눈에 비친 일본이라는 작고 보잘 것 없는 나라에서 노벨 문학상을 탔다고 하는 것은 제 1세계라고(일등 국가) 자부했던 서양의 자존심에 먹칠한 것이라고까지 논평을 했던 기억은, 이제 아시아 전역을 통하여 결코 새삼스러운 의문 부호만은 아니다라고 여겨지게 되었습니다.
'가와바다 야스나리'나 '오에 겐자부로'는 이미 일본을 대표하는 문학 공신이 되어 '무라까미 하루끼' '무라까미 류' 등등의 차기 주자에게 길을 내주는, 공히 일본 문학의 독자성을 구축했다고 봐도 지나친 말이 아님이 입증되었습니다.
일본 문학의 독자성이란 다분히 경제력이 뒤받침 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허구의 실제 상황이라고 말해도 이론의 여지는 없습니다. 경제가 나라의 이름표 색깔을 다르게 드러내 주듯이 이름이 금장으로 치장되었다면 다르게 보일 법할 수 있음도 대변해 줍니다.
이에 반해 우리의 상황, 다시 말해서 문학하는 공간은 협소의 그늘을 이제 막 벗어나려고 하는 실전 위치에 놓여져 있는 걸음마 단계라고 자평해 봅니다.
남의 문학 이론을 수입하고 적용해 나가는 입장에서가 아니라 노벨 문학상이 주도하는 '보편 타당한 세계적 이념의 공통 분모'에 이제 막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는 얘깁니다.
그 동안 우리 현대 문학의 주류를 일궈 냈던 초기의 신문학에서부터 해방 전의 문학, 한국 전쟁을 위시해 민주화로 향하는 고난한 시기의 문학 그리고 남북 화해 분위기에 편승하며 새로이 무장한 국제적 감각들이 인터넷이라는 도구를 이용해 자기 성찰의 표현을 거침없이 나타내는 시류들이 막 껍질을 벗겨 내고 있다는 것입니다.
노벨 문학상이 세계의 문학적 성과물에 가치를 부여하고 절대적인 잣대를 지녔다고는 볼 수 없고, 이에 따르는 비판의 눈길 또한 피할 수는 없지만, 우리의 문학 공간에서는 이루어지지 않은 보편(노벨상의 기준)의 저울질에서 높이 올라간 것 만큼은 분명한 현실입니다.
짧게 반성해 봅니다. 아주 짧게. 몇 가지만.
가볍거나 혹은 낯간지러운 문학의 행태는 내게 없었던가? 글쓰기에 있어서 돈과 명예를 나의 삶 앞에 먼저 두지는 않았나? 영어 및 불어 또는 국제어를 몰라서 우리 문학을 알리는 데에 소홀하지는 않았나?
짧은 반성이었습니다. 그리고 선배님들께도 미안한 맘으로 반성해 봅니다. 내 탓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차 오르는 후배 님들을 위해서라도 열심히 기도(보다 깊이 있는 접근)해야겠습니다.
한 인간으로서 이번에 노벨 문학상을 받은 중국 출신의 가오싱젠의 수상에 진심 어린 배움을 청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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