閑談

한 밤중, 느닷없이 걸려오는 전화에 대한 나쁜 기억들

濟 雲 堂 2013. 9. 29. 22:39

1.

1999년 늦은 겨울, 새벽.

한 통의 전화가 다급히 걸려왔다

직감이었을까?

불길한 느낌 그리고 불안감...

뭔가 안 좋은 소식일 거라는 막연함이 불현듯 스쳤다.

 

제자 몇 놈이 묶음으로 능내에 놀러간다고 찾아왔다

날씨가 너무 좋아, 겨울 날씨 치고 영상의 날씨를 웃돌아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데 결정한 곳이 능내라 했다.

 

능내.

일찍이 나도 몇 번 가본 곳

대학 다닐 때, 좀 더 커서...

그리고 좀 더더 커서 가본 곳.

한번은 모꼬지였고

또 한번은 철부지 계집애와 함께였고

세번 째는 다산의 흔적을 찾아서 가본 곳이었다.

 

선생님...

아니, 사부님...

명칭이야 어떻든 간에

말 끝을 흐리며 귓 볼에 집어 넣던 몇 단어는

헌식이와 동현이라는 이름이었다.

 

지금, 그 또래들은 시집 장가를 가서

아이 낳고, 어떤 놈들은 유치원 부형이 되어

잘 살고 있건만

사어(死語)가 된 두 놈의 이름은

내 기억 속 여전한

18살 까까머리인 채로 남아 있다.

 

2.

2013년 9월 27일 새벽 2시 39분

점잖지만 잔뜩 힘이 들어가 있는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역시 직감이었을까?

12시까지 원고를 살펴보고

내일 새벽 일을 하기 위해

배갯머리에 누었건만

"아빠, 아들 밤 늦게 자전거 타는 거 위험한데..."라는

엄마의 말이 천정에 하얗게 맴돌고 있었다

 

ㅇ병원 응급실

아들은 피범벅이 된 채 병상에 누워 있었다

얼굴이 깨지고, 콧속 피는 딱딱하게 굳어 있고

정강이 부근은 숟가락으로 파낸 듯 깊이 패여 있었다

외관 상으로는 큰 상처가 보이지 않아

엄마를 달랬다.

젊은 인턴과 레시던트 의사들이 피를 닦아내고 있는 와중에도

아들은 "죄송해요"라는 말만 연거푸 내뱉었다.

정신이 있는 걸로 보아 역시 안심

그러나 피를 닦아내는 의사들이 CT며 X-ray로 확인한 결과

쇄골, 팔꿈치, 얼굴 뼈만 나갔다고 했고

다른 데는 이상이 없다는 말을 전해 왔다.

'나갔다'는 말은 머릿속에서 지어낸 말이었고

정확히는 골절이었다.

 

같은 날 새벽 4시 20분 께

큰 딸의 나이 쯤으로 보이는 여자가 들 것에 실려왔다

역시 자전거는 경찰차에 실려 있었고

119 구급차는 분주한, 그러나 잰 몸짓으로

응급실로 환자를 밀어 넣었다.

 

아들은 2미터 난간에서

그 여자 아이는 8미터 난간에서

떨어졌다고 했다

그 것도 자전거를 타고

시간도 얼추 비슷한 시점에서

아들은 12주 진단을 받았고

29살 짜리 김ㅇㅇ양은 다음 날 조간 신문에 

사망 소식으로 전해졌다.

 

아비(어른, 사부, 선생) 된 입장에서

불운과 비애를 그리고 처절했을 정황을

떠 올려보니 너무도 가슴이 미어져

뭐라 말을 잇지 못했다.

동시다발적으로 떠 올려지는 모든 기억들에게

그 것도 슬픈 기억들

모든 존재의 아픔에 대해

눈물 담은 기도를 드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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