閑談

蒸發

濟 雲 堂 2013. 11. 6. 21:13

蒸發. 증발이란, 일반적으로 액체가 기체로 변하는 현상을 말한다.

물리학에서 요구하는 정확한 답변은 아니지만 그 중심 의미는 ‘변한다’는 것.

사라져 눈에 보이지 않는 현상을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 또한 논리적 표현이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하는 것이 존재의 유무를 가리는 기준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공감하는 이유이다.

느닷없이 이 단어가 떠오른 이유는, 내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이라 할 수 있는 중학교시기에 이 단어를 수업시간에 맞힘으로서 일신상의 변화를 단박에 맞이했기 때문이다.

 

상시적으로 사용했던 단어 또한 아니었으므로 나의 답변 하나로 찬물을 끼얹듯 교실을 잠잠케 했던 그 순간을 이제껏 기억하고 있는 것은 나나, 당시의 친구들로서 보아도 분명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중학교 일 학년짜리의 입에서 증발이란 단어가 쉽사리 나올리 만무했을 뿐 더러, 키 작고 별로 똑똑해 보이지도 않았고 형의 교복을 물려받아 입어 허줄그레한 모습이었기에 나의 답변은 그야말로 충격과 놀라움이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선생님으로부터의 칭찬은 물론 다음 시간에도 맞혀야겠다는 욕심이 동시에 들기도 해 공부에 매진하게 된 계기도 바로 그 때였다.

 

그와 동시에 한자 교육이 활성화되면서 그 동안 한자를 쓰지 못하게 했던 교육정책이 바뀌면서 또 한 번의 천재? 타이틀을 받게 되는 데, 일찍이 아버지로부터 배운 천자문 암송이 빛을 발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선생님도 모르는 한자를 척척 맞히는 것을 보신 선생님이 특별히 한자 수업시간에 대리 강의를 시키셨던 것은 어린 나를 우쭐거리게 만들기도 했던 것이다.

 

어쨌든 지금은 평범한 일상을 공유하며 살고 있지만 그 때의 추억이 느닷없이 생각이 나는 건, 다름 아닌 ‘성담’이란 놈 때문이다. 언젠가 분명한 전환점을 맞기를 간곡히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성담? ㅋㅋ 스물 세 살짜리 물고 빨고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작은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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