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 같은 세상
두루뭉실하게 살자는
유행가를 읊조리며
호박을 썬다
떡 방앗간 최장기 단골
모찌 할머니가
사내 놈 불알 떨어진다며
몇 안 남은 이빨을
기념비처럼 드러내고 있다
팔 순 잔치 땐
공짜로 모든 떡을 해드리마...
당신 어머니
류사진 여사 뒤를 이어
육십 년 넘게 모찌 떡만 팔아온 좌판
상 다리 부러지게 차려드리겠노라는 장담이
한 물 간 유행가처럼 스러지는
아침 장 시간
물 먹은 나무때기처럼
칼날을 품어대기만 하는
호박을 썰다가
둥글게,
둥글게 먹지 못한 마음을
기어코 구석에 쳐박아 넣었다
호박 같은 세상
두루뭉실하게 살아가라는
철 지난 유행가가
허탈하게 무너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