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진개 떡방

늙은 호박을 썰다가

濟 雲 堂 2009. 12. 24. 01:22

호박 같은 세상

두루뭉실하게 살자는

유행가를 읊조리며

호박을 썬다

  

떡 방앗간 최장기 단골

모찌 할머니가

사내 놈 불알 떨어진다며

몇 안 남은 이빨을

기념비처럼 드러내고 있다

 

팔 순 잔치 땐

공짜로 모든 떡을 해드리마...

 

당신 어머니

류사진 여사 뒤를 이어

육십 년 넘게 모찌 떡만 팔아온 좌판

상 다리 부러지게 차려드리겠노라는 장담이

한 물 간 유행가처럼 스러지는

아침 장 시간

 

물 먹은 나무때기처럼

칼날을 품어대기만 하는

호박을 썰다가

 

둥글게,

둥글게 먹지 못한 마음을

기어코 구석에 쳐박아 넣었다 

 

호박 같은 세상

두루뭉실하게 살아가라는

철 지난 유행가가

허탈하게 무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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