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오랜만에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웃을 일도 별로 없고 칭찬할 일도 그닥쟎은 요즘
생그러운 미소와 호방스러운 웃음들을 쏟아 붓고 나니
좋은 세상에 대한 기대로 한층 배가되는 기분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지금은 별로 찾는 곳이 아니지만
고기 구잇집 '양지'로 갔다
펼친 노트북 크기 만한 철판에 감자며 소시지
토시살 양파 등을 올려 놓고 구워 먹는 곳인데
한 때는 자리가 없어 몇 십분 씩 기다려 먹던 곳이기도 했던 유명한 집이었다
친구들과 옛일을 떠올리며 발길을 옮기던 중에 찾은 집이었다
다들 바쁜 일상을 보내느라
만남 자체가 예사롭지 않은 탓도 있지만
멀리, 태국, 베트남, 중국, 파키스탄 등지에서 사업하는 놈들이
이렇게 한꺼번에 만나기란 여간한 일이 아니었다
모두 고조된 분위기였다
십여 년 전에는
김지하 시인을 비롯해 몇 몇 아는 분들과 함께 술 잔을 기울이기도 했던 곳
거기 한 켠에 반가운 거울을 하나 발견한다
삼성 목욕탕 이라고 쓰여진 거울
지금은 사라진 목욕탕이지만
신포동 일대를 주름?잡았던 목간탕의 명소
삼성 목욕탕
일찌기 공중 목욕탕 문화를 다른 지역보다 우선적으로 받아들였던
장소성 때문에 신포동은 목욕탕이 많았었다
일제 강점 이전에는 공동 목욕탕
강점 이후는 공동 세탁소, 제 2, 제 3의 공동 목욕탕이 들어서고
목욕업이 자율화 되고부터는
신포동 주변에
제일, 삼성, 중앙, 처녀, 부용, 송월, 경동, 금성, 화평, 정화, 신흥 등
거의 동네마다 목욕탕이 한 곳 쯤은 자리잡고 있었다
술자리가 무르익고 시간이 깊어짐에 따라
우리들의 웃음소리는 더 넓게 퍼지고 있었다
실로 오랜 세월만에 듣는 천연덕스러운 웃음소리였다
호칭 앞에는 육두문자와 더불어 짐승들의 이름이 붙어 다녔고
이름의 말미에는 '팔'자가 따라 다녔다
최정팔, 박종팔, 김도팔, 이종팔 등등으로
그런 다음 날
뱃가죽 댕기는 아랫배를 풀어줄 요량으로
자유공원엘 올랐다
하도 웃어댔으므로 아니, 무쟈게 웃어댔으므로
잔뜩 긴장한 배꼽 주변의 근육들이 뭉치고 말았던 거였다
밤 사이에 눈이 내렸던 모양이다
영하의 날씨였음을 증명하듯이
자유공원을 오르는 차들의 범퍼에 고드름이 자르라니 맺혀 있는 게 보였다
시간은 더 이상 어린 시절의 친구들로 묶어 놓을 수는 없었다
제각각 출국 시간을 묻고는
긴 꼬리 원숭이가 다시 나무에 올라
수 없이 펼쳐진 밀림의 나뭇가지들을 헤쳐 밟아야 하듯이
손 발에 묻은 허숭의 먼지들을 탁탁 털고 있었다
다들 떠났다
이번 가을에 또 보자는 말
한 마디 씩 남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