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칼럼

문화자폐증을 유발하는 도시축제

濟 雲 堂 2008. 10. 9.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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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붕어빵이다. 아니, 만성적 불경기의 바다에서 허우적대는 젖은 깃발 같은 존재감이라면 차라리 ‘황금잉어빵’이라 부르는 게 낫다. 도시민의 허전한 옆구리를 유혹하는 도시축제를 일컫는 말이다. 행사 내용을 면밀히 살펴 참여해 보건데 큰 차이가 없다. 지방 행정부와 의회의 꼭두쇠들의 기나긴 축사가 끝나기 무섭게 연예인들이 몰아닥친다. 두세 시간 정도 개기다 보면 어느덧 불꽃 놀이할 시간. 이런 형식은 전말에 불과하다. 이미 각설이패가 한바탕 허공을 두드렸고 삐에로가 등장했으며, 각종 먹을거리에 노래자랑 등의 전초 행사가 판박이처럼 치러진 이후이다. 축제의 판형이 가히 전국적이다. 산과 물이 다르고 삶의 방식과 지리적 환경 또한 다르건만 축제를 치르는 방식은 거의 ‘황금잉어빵’이다.

 

 축제는 여럿이 함께 누리고 합심해 치성을 올리는 것이라 배웠다. 같은 민족이되 나라를 달리 했던 먼 조상들이 영고니 무천, 동맹 등의 제천행사를 통해 오늘날과 같은 축제를 치렀던 것이다. 사족을 달면, 이들 행사의 전반을 꾸려나가는 방식이 신을 맞아들이고(영신), 신과 함께 놀고(오신), 신을 보내는(송신) 것으로 이루어졌는데 한결 같이 대동소이하다. 그 내용의 면면이 ‘삼일 밤낮으로 음주가무고’로 이루어졌음이 삼국지 위지 동이전에 기록돼 있다. 술 마시고, 노래 부르고, 춤추고, 북을 두드리는 행위가 오늘날과 결코 다르지 않다. 고금의 축제를 싸잡아 매도하거나 헐값에 넘기고자 하는 게 아니다. 무엇을 지향하고 왜, 하느냐에 대한 의미를 재고해 보자는 취지에서 능청떨 듯 하는 말이다. 다들 잘 알기 때문에, 알고 있으면서도 그렇게 하지 않기 때문에 언구럭을 부리는 거다.

 

 군부 서슬이 두려웠던 시절에 ‘국풍’이 한강변과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지방화 시대로 전이되면서 지방정부 중심의 각종 ‘문화축제’들이 양산되었다. 글로벌 시대로 집중되면서 지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고 지방의 독특한 문화자산이 가장 국제적인 문화자산으로 인식되는 단초가 구 단위 행정부로 재편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주체의 망실에 있다. 축제를 치러내는 밭은 있는데 정작 꽃이 없는 경우이다. 그러다보니 조화를 심어 놓을 수밖에 없다는 위정자들의 말이 온당히 들린다. 필시 마음이 우러나야 몸이 뒤따르는 데에도 별탈이 생기지 않는 법이다. 사람(주민)이 꽃 보다 아름답다는 인식의 전환이 절실한 이유이다. 우리나라에서 펼쳐지는 천여 개의 다양한 축제 방식들이 ‘전국적 동일 현상’이라는 말에 거슬린다면 별(주민)들에게 직접 물어 볼일이다. 별들의 대답을 가슴으로 들으려 하는 ‘지성’이 있다면 분명히 ‘감천’이 따르지 않을까 해서 말이다.

 

 정리하자면 작금의 축제에는 철학이 없다는 데에 있다. 반응기피와 집중력이 결여된 행사위주의 축제이기 때문이다. 충동적이고 자발성이 떨어진다는 문제도 있지만 지방정부가 반복적 집착과 변화를 두려워하고 있다는 평가이다. 결정적인 것은 축제의 전반이 주민과 소통하지 않는 다는 것에 있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자폐증상과 다름이 없다. ‘황금잉어빵’이 싫다고, 지방정부의 자금지원 없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자신들만의 마을 축제를 만들겠다고 나선 사람들이 생겨났다. 뻥튀기로 강정을 만들어 나눠먹고 지난 한 해를 돌이켜 기억에 남는 일들을 그림으로 모아 초대형 걸개로 엮어낸다는 것이다. 갓 배운 풍물놀이가 어수룩해도 편부모, 다문화 가족과 함께해 삶의 단절감을 없애자는 취지가 단연 특별나 보인다.

 

 핑크 플로이드의 ‘더 월’ 노래가 갑자기 떠오른다. 실감나지 않겠지만 지난 세기 후반까지 우리나라에서 금지곡이었다가 해금된 노래이다. 지금 들으면 별 내용이 아니다 싶지만 이십 여 년 전엔 파격을 넘어 혁명에 준했던 노래였다. 무표정으로 컨베이어 벨트에 실린 채 권력사회가 요구하는 부속품으로 대량 생산되는 학생들, 온통 벽으로 둘러싸인 사회를 깨부수고 다시 태어난다는 노래가 뜬금없이 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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