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에서 족제비를 만난다는 일은 그리 수월치 않은 일이다
얼마 전에는 청설모가 왕복 8차선 도로를 가로질러 횡단하더니만
4~5일 전에는 내 코 앞에서 노랗고 거친 터럭으로 무장한
날렵하게 생긴 족제비와 눈을 마주치고 말았다.
급한 김에 핸드폰으로 찍다보니 촛점을 잃은 취객의 시선처럼
주변 모든 게 흐릿하게 보인다
반갑다. 그리고 안쓰럽다
험난한 도시에서 수 없이 많은 사람의 발자국 소리와 맞닥뜨려야 할 것이고
행여 무리지어 돌아다니는 고양이 떼
굴러가는 것이라면 안할 짓, 못할 짓 다 해버리는
바퀴족들의 광포함을 피해 다니느라 얼마나 불안해 했을까...
내가 태어난 동네 길 건너 언덕바지는
몇 몇 붉은 벽돌집들과 근사하게 기와를 올린 궐闕 같은 집 몇 채 외에는
죄다 누런 볏단을 쌓아올린 초가들이었다
어린 마음이지만 손만 뻗으면 닿을 듯한 처마를 바라보며
만약에...라고 늘 읊조리던, 불안감이 감돌던 동네가 내동이었다
그 때 친구네 집에 놀러간답시고 어스름 길을 걷다가
황당스레 마주쳤던 족제비가 불현듯 머리를 스친다
역시 그 때, 그 눈 빛이었다
까맣고 동그란 눈자위
세상의 어두움을 모두 담아낸 듯, 깊은 우물처럼
차갑게 그리고 모락모락 펴오르는 유년의 정감이
그대로 담겨져 있는 눈 빛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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