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유목(都市遊牧)

예촌(藝村) 조성지에서

濟 雲 堂 2008. 7. 15. 23:05

예술이란 무엇인가?

예술행위를 오래 해온 사람일 수록에 할 말이 많겠지만

어느 누구도 예술에 대해 정의 내리기 쉽지 않다

 

과거에는 예술이 아니었는데

현재는 예술적 가치로서 높이 평가받는 게 있는 반면

예전에는 예술이었는데 지금은 일상화 돼버려

전혀 예술처럼 느끼지 못하는 것이 우리 주변에 허다하다.

백남준 선생의 비디오 아트는 그래서 더 특별난

미학적 배려가 좀 더 대중적으로 접근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은근히 들고 있다

 

 

제 2 패루가 세워져 있는 자리는

역사적으로 매우 흥미로운 사적지이다

사적지라는 표현이 옳다

사실 이 자리, 이 문의 입구를 중심으로 왼 쪽은 청국지계(淸國地界)

오른 쪽으로는 일본지계가 설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어린 학생이 있는 쪽이 청국지계의 초입이라고 보면 된다

재탕 같은 얘기겠지만 지계는 경계를 가리키는 말로

근대시대에 그 경계가 각국지계장정(조약)에 따라 분류된

우리나라 내에 각국이 차지했던 경계라고 보면 될 것이다

 

2001년도부터 제기됐던  예촌 조성은

그야말로 예술인 마을을 만들어 인천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자는 취지가 큰 듯하다.

그럴 듯하다. 그러나 시 정부는 단지 만들어 놓는 것에

더 많은 의미를 두고 있지만 실제적으로

어떻게 운용되어야 하는지, 어떤 개념으로 설립의 목적성을 둘 지 등등

아직은 정확한, 아니 과학적이거나 체계적인 관리 또는

예술적 행위의 전반이랄 수 있는 자유정신 등은

염두에 두고 있지 않는 듯하다

전시적인 성격이 매우 크다

전시적인...展示

 

ㅡㅠ, 아니 MB정부가 출범하면서부터 도화선이 된 각종 개발 사업의

일련의 모습을 보면 참 부끄럽게도

어머니, 아버지를 모셔보지 않은 사람의 심사처럼

무지막지하게 개발해 내려는 저의가 너무 깊이 박혀 있다.

 

뭔 얘기냐면 과거의 것을 바탕으로 두지 않고

훼손되건 말 건 과거를 제멋대로 재단해서 현대적으로 만들어 놓는 다는 것이다 부모님이 살던 옛집을 불편하다고 해서 혹은 살지 않는다 해서

다 헐어버리고 새로 집는 짓는 것처럼

 

 

 

독재자(獨裁者)란, 독단적으로 옷을 재단해서 남에게 억지로 입히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다.

볼썽사나운게 독재자이다

예술하는 사람들이 제일 하찮게 생각하는 게

남에게 끌려다니는 것 자유정신을 한 곳으로 몰아가는 행위 아니겠는가

 

 

하여간에 조만간 문을 열 생각인가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10월?

아니 이보다는 더 걸릴 것 같다.  

 예촌 조성지에서 화강석 구조물 하나를 발견한다

홍예 모양으로 쌓아 올린 출입구 모양인데

이상하게시리 각지고 도탑게 보이는 사각의 건물

그 무리 속에서 뭔기 유연하게 곡선이 그려져 있는

조형물을 보게 되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부드러워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삶의 처세와 건물의 무감함을 일소해 주는 백미가 아닐 수 없다 

 

 

1899년에 지어진 인천 최초의 벽돌식 창고, 1885년에 만들어낸 일본인 건축물

일본우선회사, 유연한 홍예문이 실내에 들어 있는 동방운수주식회사 건물 등등

이들이 현대적으로 재해석되고 재조성 되어

이른바 예촌이란 이름으로 이 땅에 설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무엇을 담아낼 것인지, 무엇을 표현하고 어떠한 정신을 근대 인천의 원형질 속에

담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말 진부한 표현이지만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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