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기도 사라졌는데
-인천 항구에서 자취를 감춘 갈매기떼의 사연-
새하얀 갈매기떼
훨훨 떠돌다는
때때로 곤두박혀
먹이도 쪼아가며
누백대(累百代)
둥질 틀고서
새끼 치며 살던 포구.
하 오래 겪다보니
짠 물도 섞여들고
깃털을 더럽히는
체통쯤 잃을 망정
옛정을
어쩌지 못해
눌러앉아 살쟀더니
치어랑 전어랑
모두 다 지레 죽고
허기져 처지는 나래
휘적기도 어려운데
지겹게
깔린 오염(汚染)일레
죽지 못해 안 갔나베.
<신동아. 1973년 3월호. 전문>
시조시인이면서 향토사 저술가인 최성연 선생의 시이다
1914년에 태어나 2000년에 돌아가셨다.
유품의 대다수가 책인 관계로 사진자료와 책들은
인천 화도진 도서관 향토자료실에 최성연 문고로 기증되었다
최성연 선생의 대표적인 시집인 '갈매기도 사라졌는데' 가운데
뽑은 시로 인천항구의 또 다른 이면을 살필 수 있는 시이다
전국의 어느 항구를 가 보아도 별반 달를 것 같지 않은 풍경이 읽혀지는
시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당대나 현재나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히려 이전 시대가 그나마 친수(親水)적인 환경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오염은 되었을 지언정 손과 발을 물에 적실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된 이 십여년 전의 인천 바닷가는 그나마 낭만과 위안과 꿈을 띄워보낼 수 있었던 공간이었다.
개발되고, 매립되고, 철책이 세워지고,... 문화시설이 들어섰다 해도
친수와 접수(接水)는 어느덧 아련한 꿈이 되었다
그간에 적접지역(敵接地域)이라는 논리로 삶의 현장과 괴리되어야 했던
인천의 바닷가는 과연 살만한가? 를 다시금 엿보게 하는 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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