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유목(都市遊牧)

백노두

濟 雲 堂 2007. 7. 14. 01:01

한 때 주전부리의 대명사로 불려지던

백노두를 오랜만에 먹었다

 

P시를 다녀온 B신부가

경흥제과에서 만든 1000g짜리 사탕이라고 쓰여진

먹을거리를 내놓은 것이다

 

어릴 적 건어물 가게나 구멍가게에서

한 됫박에 얼마 씩 또는 한 줌에 얼마 씩 팔았던

추억의 과자였었는데

세월의 흐름에 동참했는지

담긴 형태도 조금은 바뀌어

사진처럼 백노두는 담겨 있었다

 

여러말 할 것도 없이

그냥 정감에 호소하듯이, 묻지 말고 드시라는 B신부의 간청에

묻지 않고 먹는데

경흥이라는 상표며, 우리가 잘 사용치 않는 1000g 단위

게다가 엄연히 백노두란 단어가 있음에도

그냥 '사탕'이라 쓰여진 봉투가 예사로워 보이진 않았지만

그냥 옛날 생각하면서 한 봉지를 다 비우게 되었다

 

백노두란 말의 어원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명쾌한 설명에서 자유롭지 못하리라

어느 어르신은 흰 백 자 늙은 노에 콩 두를 써서 백노두(白老豆)라 하시고

또 다른 어르신은 희 백 자에 콩 또는 땅콩을 일컫는 영어의 nut가 함성해서

만들어진 말이라고 진지하게 전해 주신다.

어느 말이 옳다고는 하지 못하지만

어쨌든 백노두는 땅콩 또는 콩에 흰 설탕을 입힌 과자임에는 분명한

추억의 먹을거리라는 것을 대게는 금새 알아차린다

 

B신부는 밖으로 오도가도 못하는 호텔 안에서

백노두 두 봉지만를 단숨에 해치웠다고 했다

 

언젠가 통일이 되고

대화가 자유롭게 이어지는 세상이 온다면

기탄없이 여러가지 궁금증에 대해 물어 볼 일이지만

사탕이란 표기 또한 어색하게 보이는 것은 마찬가지

어쨌든 요즘 흘러넘치듯 범람하는 중국산 백노두에 약간 혐오를 가졌었는데

같은 통포가 만든 것이어서 그런지

B신부 말대로  그냥 먹었고

그냥 맛있었다는 느낌이었다

 

추억(역사)은 느낌이 사라진 채

과거를 돌아 현재로 오는 일이다. 라고 말한 랑케의 말이

실감이 난다. 

백노두를 씹으며,

달착지근한 설탕과 콩의 버팅기는 질감은 현재적이지만

뱃구레를 채우는 모종의 시간들은

온통 과거로 뒤덮인 채 즐거운 상상을 하게 만들었던

 

추억의 백노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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