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대화

조금 쓸쓸한 졸업식

濟 雲 堂 2007. 7. 11. 01:26

 한솔이의 고등학교 졸업식이다

한솔이의 포부 다부진 모습이나 대학 4학년인 지혜의 성숙함 그리고

형수의 해맑은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생기를 돋게 만는다

여전히 이 말은 유효하다

한 때 경제적 빙하기라 일컬었던 십년 전

달랑 네 식구, 맨 몸으로 떠났던 이 형의 단호한 미소뒤엔

생존이라는 처절한 너그러움이 흠씬 묻어나 있었지만

맨 몸이었기에 자유로웠고

더 많은 것을 가꿔나갈 수 있었으므로

이들 가족은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으리라

 

현실을 처절했지만

자의지는, 세상을 그래도 너그럽게 살펴서 가자는

이 형의 결의에 따라 오레건에 정착하게 된다

첫 시작을 알리는 아침의 향기는 조금 다른 내음들이었을 것이다

아니, 흔한 말로 물 설고 낯 설은 주변의 환경들은

분명 사람의 터였지만 엄습이었을 것이다

삶의 두려움

새로운 도전

한솔 그리고 지혜...

 

처음 나를 찾아왔을 때

꼬맹이였던 한솔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했다고 하니

믿기지 않았다.

중학교 2학년 짜리였던 지혜가 어느 덧 대학 졸업반이라니

그 것도 믿기지 않았다.

남도가락, 영남가락 알려달라고

채보 좀 해 주실수 없냐고 깨알 같은 글씨로 써 보내준

이 두 아이가 이렇게 성장했다는 것 자체가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몇 년의 시차를 두고 이렇게 변해 있을 때

놀라움은 곧 작은 기적의 반열에 편입시켜야 한다는 사실을

꼭 믿어야 함을 깨닫는다

 

<잠시 휴....>

(이어서~^---^)

 

그러나, 믿기지 않는 일이 또 생겼다.

단란한 오레건 생활을 동경하면서

하늘이 이렇게 손에 잡힐 듯 낮게 내려 앉을 수도 있구나 했던

그 오레건의 여름 하늘에도

하늘이 무너져 내릴 듯한 소식이 울리고 말았던 것이다

이 형의 부음 소식이다

정말 믿기지 않는 소식이었다 

기대와 기원이 많은  사람일 수록에 믿음을 많이 갖는 다는 건

당연한 일이다. 따라서 잘 살고 있기를...건강하고 성실하게...살긴 바라는

그 마음 말이다. 이제 겨우 자리잡고 아이들 학비 걱정 없이

신천지에 내린 꿈의 뿌리가 제대로 서기 시작했는데 말이지

 

전화로 전해 주는 지혜의 담담한 말 꼬리에는

이미 슬픔의 흔적들이 말라가고 있었다

장한 놈이라고 인사를 건냈다

그러나 흔적은 완치되는 법이 없다

한번의 상처는 그대로 생채기로 남을 뿐이었다

상처의 길에는 아름다움과 추함이 동반한다

난교(亂交)하는 것이며 곧 이는 삶의 스승인 것

 

이들 남매와 형수에게

이 형의 부음은 아름다운 상처이길 기원한다며 전활 끊는다

보내준 사진 한 켠이 조금 쓸쓸해 보인다

그러나 한솔이 옆에 뭔가 보이지 않는 따수운 손길이 느껴진다

등짝을 쓸어 올려주며 '아들아~! 수고했어 ^ ^'하며 부추기는

이 형의 손길, 해 맑던 웃음을 닮아버린 한솔이...

한솔아 축하한다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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