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대화

메신져 또는

濟 雲 堂 2007. 9. 11. 01:05

 지난 4월 한 작가가 이 시대의 문제점을 꼽으면서

현재의 만국공원 또는 자유공원은 이데올로기 대결의 장에서

소통의 장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말을 했다.

 

그런 바람이 몇 날 며칠을 거쳐 만들어 낸 것이

이 소통의 로봇이었다

원래 이 로봇의 내부에는 텔렉스가 설치돼

주둥이 부분에 적혀 있는 사이트에 접근해 뭔가를 쓰면

의견과 대화론이 종잇장으로 게워진다고 했다

그리하여 소통의 장이 열린다는 주장을 펼쳤었던 것이다

 저녁 무렵

여섯 시를 넘긴 광장에서는 오늘도 여지없이

어르신들이 신종 춤을 춰가며

하루의 묵은 체증을 털어내고 있었다

신나는 음악과 함께

 

헌데 이 로봇을 자세히 보니

내장된 텔렉스는 사라졌고

뭔가 낯 익은 것들이 부산스럽게 내장돼 있질 않은가

 이 것도 우리의 문화라면,

우리의 현실이라면, 껴 안고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장난끼를 좀 줄여서라도 진득하게 바라보기라도 해야 하는 걸까

 

부정하면 할 수록

부정은 더 깊은 칼날을 빼어드는 습성에

현실은 몸부림치도록 신음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냥 냅두면 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로봇의 주둥이에 허섭쓰레기들을 넣은 사람들의 심중을 아는 척 하듯 

이 짓거리도 그냥 냅두면 어떨까 생각해 보았다

 

두 가지 자유가

같은 세계에 공존한다는 것이 불편하다고 느껴진다면

적어도 어느 것 하나는 안 해도 된다는 생각을 가질 법도 하다

그런 게 좀 부족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나도 한 번 해보고 싶다

소통의 주둥이를 쓰레기로 틀어 막고 싶다

메신져 또한 일방적인 선의 무기가 아녔는지를 반성하면서

가슴을 탕탕 치며 웃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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