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대화

芍藥島(작약도)

濟 雲 堂 2001. 5. 8. 19:32
촘촘하다.

온다던 사람은 오지 않고
기다림과 체념으로
칭칭 감겨 있는
만석 부두.

보리피리
목울대 넘실대면
온다는 사람
만삭이 되어도...

저녁이 되면
海霧도
갈매기도
홀연히
모두 떠나 버리는
작약도

촘촘하다.



지금은 퇴행만이 유일한
삶의 희망이 되어버린
작은 부두. 만석부두...

지난 세월에
흥얼거리던 노랫가락

꽃게를 한아름 담아 냈음직한
헌 궤짝은 황량한 갯바람들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시인 한하운이 읊던
작약도

저녁 무렵은 절대 통제로 인하여
인적 하나 없이 살아가는 섬.

작약도라 불리워도
작약꽃 한 송이 존재하지 않는 섬.

여기, 있어도
있지 않는 곳

불리움의 운명을
과감히 내 차버리는
아니, 내 차버릴 줄 아는
무욕의 도시.
그 한 귀퉁이에 서면,

내가 보이고
익명의 그대도 보입니다.

그러나

아.무.도.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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