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밤 가슴을 ?y고 지나간 바람이
내놓은 화두는 무겁고 썰렁하였다
지상으로 가라앉은 나무의 날개들이
힘없이 삭아 가는, 신포동 거리는
한없이 가벼워지고...
입동은 어김없이 북풍을 몰고 오고야 말았다
일찌감치 알전구에 힘을 불어넣던 손길은
가지처럼 떨고 있거나 흔들리고 있는 신새벽
못 다 이룬 꿈은 이부자리에서 허리라도 더 펴 보고 싶었을
고됨과 한숨이 생략된 재래 시장에서의 삶이란
눈을 크게 뜨고도 눈살을 비벼대야 하는 안개 같은 생이었다
70년대 풍의 잠바 차림에 머릿기름이 자르르
행색도 초라해 보이는 중국인 서넛이 채소전을 기웃거린다
한 손에는 라면 한 박스 다른 한 손에는 달걀 한 판을 들고
인적이 지워진 시장 길을 헤집고 있었다
얼추 다 지어가는 이-마트가 완공되는 날
이나마 사람의 숨소리 듣는 것만도 다행이라며
부종이 가시지 않은 얼굴들이 커피 자판기 불빛에 허옇게 펴 있었다
다시, 입동은 어김없이 북풍을 몰고 오고
한설을 예감하는 새벽의 행보
이마가 쪼개어 질 듯, 날 세운 맞바람은 이제나저제나 가시려나
그저 가볍게 욕심없이 자꾸만 가라앉고 싶은 나무의 날개여
지난밤은 무척이나 길었다
*懷柔(회유); 어루만져 잘 달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