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대화

문 안 1

濟 雲 堂 2002. 9. 26. 15:47
손에 쥐가 나도록 일했습니다끊어진 경의선 철도.아니, 전세계 마지막 분단 국가의 흉터가 기워지는 호외를 뒤로하고겨드랑이가 부르트고 짓무르도록 짐을 날라댔습니다일 주일에 한 번인 강의행여 누가 들으면 치도곤 칠 일이지만머리로 깨고 가슴으로 치받고 온몸으로 뜨겁게 강의를 해도 시원챦을 판에몸뚱어리가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은근슬쩍 스리슬쩍 입방아만 찌어댔었음을 이제야 고백해 봅니다.얼마 전, 익숙치 않은 이름이 붙여진 비의 여신이온 나라를 찢고 째고 지랄발광에 오지랖을 떨고 지나갔을 때비교적 비 피해가 적었던 '미추홀' 인천에서'아수라'에 '구중지옥'의 비명들이 수도 없이 뒷통수를 내려찍어 대는데뒷짐지고 눈감고 입에 풀칠하기만 했었습니다함께 살아 숨쉬고 있음과 한 때는 나의 성숙기의 고통의 편린들이었던강원도 준험한 산맥들.패여 나가고, 哭(곡)하는 시대의 불행을 맞은 님들께떡 한 덩어리밖에 보내드리지 못했습니다.그리고는 다시 혓바늘이 돋도록 일했습니다끊어질 듯한 허리를 감싸고 단내 나는 입안으로술의 신 박카스를 냅다곤 부면서 일만 했드랬습니다.일 한 만큼 얻어지는 분명한 대가를 위해서 말입니다연일 신문지상에서는 모 대통령 후보의 아들들이 병역기피의 의혹에연루되어 곤혹을 치른다는 얘기가 膾炙(회자)되었을 때군사훈련에 전방교육을 받고도 고작 삼 개월 혜택은 커녕하루도 받지 못한 채 멀쩡히 삼 십 개월을 꼬박 떼운 나는,이 나라에서 도대체 무엇이었던가?자꾸만 의문이 들었습니다아아, 갑자기 쏟아지는 희망, 또는 배신감내가 너에게 총을 겨누었던 분단 상황에서철부지처럼 멸공을 외쳐댔던 지난날들이 시나브로 흐르고 있었습니다지난 세기 90년도.글라스노스트, 뻬레스트로이카를 외치며신 자본주의 대열에 합류했던 러시아가총과 대포, 칼과 미사일, 레닌의 동상을 녹여 보습과 쟁기를 만들 때세상은 바뀔 것이고 희망과 절망이 교차적으로 순회할 것이라는마음의 기우는 적중했지만 내내 마음이 편치는 않았었습니다불안.
밤의 대화 :: 이종복


'밤의 대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민들레 공부방 아이들  (0) 2002.11.20
寒 露  (0) 2002.11.20
한 사내  (0) 2002.09.26
사랑과 농담 -조짜-  (0) 2002.08.31
위태로운 아침  (0) 2002.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