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대화

화장실에 대한 몇 가지 추억 2

濟 雲 堂 2002. 8. 31. 17:21


삼립표 단팥 빵 한 봉지이 백 밀리리터 짜리 서울우유 한 곽한산도 담배 두 개비, 모 일간지에 연재하던윤내현 교수의 한국 상고사 난을 오려둔 것운이 좋다면, 고향에서 날아온 편지 한 통그리고 약간의 서러움을 움켜쥐고당당하게 들어가던 군대 화장실.톱니처럼 맞물려서 진행되는 물리적 공간 안에서나 자신의 독자성을 그나마 유지할 수 있던 곳강원도 모 부대에서 한 날의 오차도 없이30개월을 꼬박 보낸 군대생활에서(학교 당국과군사정부의 미움을 받아서인지 90일 간의 혜택을 보지 못함이아직까지 의문과 분노로 남아 있음)화장실은 나만의 유일한 피안이었을 것이리라문턱은 높고 문의 키는 유난히 낮아서허리를 펴고 바지춤을 올릴라 치면사방이 훤하게 보이던 군대 화장실때로는 모자를 잃어버릴까봐 두 손에 꼭 쥐고쪼그려 앉아 볼일 보기도 했던 곳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어머니는 내게 큰 가르침(?)을 주셨던 것 같습니다화장실 안에서도 먹고, 읽고, 볼일 볼 수 있도록어려서부터 훈련? 시켜주신 것을 보면 말이죠어쨌든 바나나 사건이후로 달라진 나의 습관은이날 이때껏 어겨보지(?) 않았으니 내가 생각해보아도참으로 대견(?) 하다고 생각 안 할 수 없게 합니다물론 남들이 이 사실을 알면(이미 공개되고 있지만 ^ ^)각종 추문들을 토로할지도 모르겠지만 이미 몸에 베인 생활이므로이제는 어쩔 수 없음을 고백하면 그나마 우스개로 받아줄 수 있으실까?요즘은 좀 달라졌어요뜨끈뜨끈한 커피 한 잔과 담배 한 개비그리고 어느 곳이든 사람을 구속할 수 있는 공간은어디에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요.(참! 화장실에 가실 때에 절대 컵 라면은 들고 가지 마세요숙달되지 않으면 좀 위험하거든요 *^^*)
밤의 대화 :: 이종복


'밤의 대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호 루 라 기 1  (0) 2002.08.31
민둥산에서  (0) 2002.08.31
다시, 淸館을 지나며  (0) 2002.08.31
횡설수설  (0) 2002.08.31
솔빛 마을을 지나며  (0) 2002.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