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대화

횡설수설

濟 雲 堂 2002. 8. 31. 17:20
1.
환갑이 다 된 김구연 시인이이제 칠순을 넘긴 랑승만 시인에게나이 마흔을 겨우 넘어선 김영승 시인의출판 기념회 날늙은이가 주책 맞게 삼 십 여분의 축사를 읊었다고심드렁하게 대각선 방향으로 기념식장을 빠져나갔다민음사 간 '반성' 시집을 통해익히 여러 어른들에게 알려진 김영승 시인은어리벙벙하게 두 어른의 기괴한 장면을커다랗게 부풀려진 동공에 속속들이 심고 있었다
2.
지지난 해에 무너진 천막 보수를 위해지방의 수뇌부들과 시장 상인들이 한자리에 모여한 목소리로 논의하는 모 동사무소의 높은 천장에는어느 틈인지 고성과 얼른 알아채지 못할 고압의 기류가 흘렀다내말 만 잘 따라주면 모든 게 편해진다고 말하는 수장과화장실을 비롯해 노점상의 문제 개스관의 설치 등간혹 주제와는 엇나간 듯한 입방아들이 오가는 가운데박카스 두 병을 마셔버린 나는등받이가 물렁물렁한 의자에 기대어서한없이 작아지고 있었다.
3.
'동경학'이라는 일본 '지방학'의 물줄기가원주로 밀려가서 다시 인천에 상륙할 무렵에그 이전에 이미 '인천학'이라는 닉네임을 붙였던 나는'인천학 연구원'이 생김으로 해서 모종의 희망을 품었으되정작 그 속에서 나의 정체성은 여지없이 묵과되고 말았다
4.
매일 아침과 저녁어머니께 향을 피워 올려보지만어디선가 불쑥 나타나 얼굴을 내미실까봐향을 피우고 절하는 게 쑥스럽다
5.
진달래, 개나리, 백목련...이구동성으로 몰아가는 봄의 탄성들이아직 목도리를 풀지 못한 목 언저리에서는여전히 한기 어린 풍문이었을까
밤의 대화 :: 이종복


'밤의 대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화장실에 대한 몇 가지 추억 2  (0) 2002.08.31
다시, 淸館을 지나며  (0) 2002.08.31
솔빛 마을을 지나며  (0) 2002.08.31
驚 蟄  (0) 2002.08.31
바다가 푸르다  (0) 2002.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