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대화

다시, 淸館을 지나며

濟 雲 堂 2002. 8. 31. 17:21


꽃이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건열흘을 못살아 남기 때문일까봄에 피는 꽃들이왠지 서글퍼 보인다홀로 피우기 보담한꺼번에 망울을 터트리고동시에 사라져버리는저 共生共滅을응봉산 중마루만년 대리석을 쪼아 툇돌을 깔고이름난 석공을 불러집을 지어 살았다는 중국인 오례당낡은 돌기둥들이차갑게 담을 두르고 있는 거기에도다시 꽃은 지고
백여 년 전에, 국권이 약하여 외국에게 토막토막 땅을 내어준 인천에각국지계라는 요상스러운 땅 분할 제도가 있었습니다.요샛말로 임대차 제도인데, 말이 임대차이지 제멋대로 땅에 선을 긋고여기부터는 일본이, 저기부터는 중국이, 또 저기부터는 미국, 러시아, 영국프랑스 등등이 인천 땅을 제멋대로 주물러 썼었죠그 중에 중국지계 부근에 오례당이라는 중국 상인이 있었죠얼마나 돈을 많이 벌었는지, 그 돈으로 집을 지었는데검은 색조의 돔 지붕에 중국에서 직접 실어온 대리석으로 집을 짓고그야말로 아방궁 같은 집에서 살았다고 합디다지금은 비록 불에 타버려그 흔적(대리석을 쪼아 만든 담벼락 기둥)만이 볼 수 있지만어쨌든 그 위용?을 짐작케 하는 집이 있었죠응봉산(자유공원) 중턱을 오르면서 그 터를 지나다가화무십일홍이라는 단어가 떠올라 시로 옮겨봤습니다.... 청관 = 청나라 관청을 청관이라 칭함 (현존)
밤의 대화 :: 이종복


'밤의 대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민둥산에서  (0) 2002.08.31
화장실에 대한 몇 가지 추억 2  (0) 2002.08.31
횡설수설  (0) 2002.08.31
솔빛 마을을 지나며  (0) 2002.08.31
驚 蟄  (0) 2002.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