舌 .썰. 說

3월 그리고 고모

濟 雲 堂 2014. 3. 12. 21:30

2014년 3월 10일 오전 5시 50분 卒.

마칠 졸 자를 써 놓고 보니, 문득 졸업이란 단어가 생각난다

손가락에 꼽히는 졸업에 관련된 추억을 반추해 보니

졸업 이후는 새롭지만 언제나 과거의 끈이 이어진다는 거

 

1925년 3월에 출생하셨고 이날 돌아가셨으니

우리 나이로 90세 수를 이 세상에서 꽉 차게 지내시다 가신 셈이다

하관을 마친 오늘 부로 저 세상 분이 되셨으니 정작 졸은 새출발이라는

묘한 생각에 젖어 본다.

 

숫자의 많고 적음은 대수롭지 않으나 그 동안 고모와 함께 지내온 세월을

헤아려보니 내 나이 만큼 함께 했었을 것이라는 회한이 들고 있다

어려서 고모 댁으로 놀러 간다거나

나이 먹어도 고모의 빈대떡 좌판에 앉아

소주 한 잔에 수수 부꾸미며 빈대떡을 얻어 먹던... 이제

눈에 보이는 실체감을 증명하거나 웃어 젖힐 분이 안 계시다는 것 외에는

늘 마음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고모

그래서 어제 입관할 때에도 실감이 나지 않았지

 

아버지와 다섯 살 차이

큰 아버지와는 열덟 살 차이 나던 고모

할아버지의 배려로 독선생을 두고 글을 깨우쳤던,

벽진 이 씨 31세 손의 마지막 어른

드디어 당신 부군의 옆 자리에 묻히셨다

 

팔 남매를 당신 뱃속에 품었고

천주교 박해를 피해 옹기장이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선조들의 가업을 이어

인천에서 항아리 등을 팔아 연명하셨던

고모와 고모부

 

상갓집 풍경은 여느 분위기와 달리 좀 느슨한 분위기였다

남들은 호상이다 천수를 누리셨다 했지만

나와 같은 항렬 형제들은 뭔가 아쉬움이 남은 채

생각의 실타래를 맺어도 보고 풀어보기도 하고

마치 끓여놓은 찌개를 간 보듯이 갸우뚱거리는 분위기였다

 

장손이없던 고모 댁 큰 형이 먼저 돌아갔기 때문일까

그럼에도 맏상주 조카 놈은 믿음직스럽게 일을 잘 처리해 나갔다 

 

3월

참 많은 기억이 돋는 계절이다

1988년엔 아버지, 2002년엔 어머니, 나의 출생, 기념일 등등

모두가 3월 이맘 때였으니 말이다

겨우내 무거워졌던 마음의 녹을 닦으라는 의미인지

그래서 3월은 졸업과 함께 새로움이 

봄처럼 도사려 오는지도 모르겠다

 

그 봄

봄이라 이르기만 해도

세상의 이치를 이해할 것만 같은

아, 그 봄에 그 3월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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