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가락질 하는 법 제대로 배워두면
숟가락을 놓을 때까지
평생 동안 도구 걱정 없이
먹고 살 수 있다고
어린 벗들에게 알려주었다
이렇게 얘기하고 난 후에
무언가를 주입하려 했었고
그들의 입을 통해 무언가가 소화가 되던지 그렇지 않던 간에
무언가를 넣어주면 다 되겠지
내 소임을 다 했다고 믿었다
그 것이 무엇인지조차 모르면서
믿음은 거기까지이다
설익은 것인지 완숙한 것인지
분별력이 사라져버린 순간
믿음의 구조가 완전히 붕괴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겨버렸다
신발 십여 쪽이 어지럽게 놓여진
현관문
앳되 보이는 여자 아이가 나왔다
눈꼽을 떨며 도구 몇 개를 양 손에 들고는
의자에 앉아버린다. 습관처럼
뭔가를 입에 물고는 길다란 막대기 끝에
무언가를 올려 놓는다
인간이 서서 산다는 것이
얼마나 위태로운 짓이라는 걸
소녀가 몸소 보여주고 있다
이빨에 물린 막대기 끝에는
처절하리만치 균형의 무게 중심을 잃어서는 안 될
그릇이 떨고 있던 거였다
흔들릴 거면
쓰러지지 않게 완전히 흔들려버릴 것
멈추면 깨어져 다신 쓴 수 없는
비장함이 감도는 아침의 곡예가
누군가의 웃음과 감동이 된다는 것이
비할 데 없는 슬픔이란 걸
알아차린 걸까
인기척이 들리자
이런 모습
흔들리는 모습 보여주지 않으리라
단념하듯 멈춰버리는 중국 기예단 소녀의 손에
깨어지지 않은 그릇이 쥐어져 있었다
입에 물지 않아도 될
저 팽팽한 균형의 본질은
그저 밥 그릇일 따름이라는 듯
돌리는 일을 멈추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