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즈넉한 저녁 시간
쉴 틈 없이 시침과 분침과 초침 사이를 헤집고 다녔던
그 하루를, 자유공원
긴 나무 의자에 앉혀 놓았다
모든 존재가
시간과 물질이란 겉옷을 벗지 않는 한
벌거벗음의 편안함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을
오래된 플라타너스 나무가 알려준다
한 꺼풀 또 한 꺼풀
겉옷을 벗어 던져 세상에 내주는 저,
걸친 게 아직 많이 남아 있어서 일까
빠지지직, 뼈 조각 으깨지는
신음소리를 기어코 내고만
긴 나무 의자
어깨를 툭툭 털어내 본다
아, 무수히 폭발하는
마음의 빚
중력의 지배를 벗어난 채
흩어져 어둠을 물리는
빚
빚과 빛이 동음이란 걸
우연히 생각해 낸다
그리고
하릴없이 뜨거운 이 여름의 궤적에
작은 한 점 같은
겨울이 느닷없이 따뜻했었다는...
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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