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었을 땐..."
"좋고 나쁨이 명확해서 싫은 놈들은 보지도 않고 살았어!"라고
말씀하신다.
1970년 대 초반 등단해서 지금까지
전국(서울)의 각종 문학상과 20여 권 책을 출판했던 이력은
피부에, 흰 머리카락에, 저는 다리에 고스란히 묻어나 있었다
현대 문학사에 숨은 획으로 남아 늙어 간다는 게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지만"
먼저 간 이석인 시인, 뇌경색을 앓고 있는 김일주 시인(인물 사진작가)에 비하면
"좀 나은 건가? 그렇지 않은 건가?" 친구들에 관련해서도
이제 거의 모든 대답이 불확실해지셨다.
문득, 노적산이 떠올랐다
노구를 이끌고 분주하게 부엌을 오가며
칼국수를 끓여 내오는 마나님은 살아온 세월이 그랬듯이
여전히 그림자처럼 십 여권의 시집을 출간했어도 그 그늘에 가려 살았던 것처럼
그림자가 되어 칼국수를 내오셨다.
남한산성의 노적산이나
세종시의 노적산이나
하물며 인천 문학산 갈래의 노적산이나
중심부의 주변에서
산은 산이건만 큰 이름에 늘 가려 있는 산들이거니와
이름이라도 그럴 듯하게
'이슬이 쌓이는 산'이라 했던가
높은 산 이름 뒤에 드리운 그림자 산이라 해도 좋고
삶은 그렇게 "높낮이가 있기 마련"이라고 말해버리기엔
애련하기 짝이 없는
산 혹은 삶
이야기의 끝은 흐리멍텅
배부름의 끝을 건드리는 빙하기의 신기루처럼
지난 계절의 산이 살풋 떠오르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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