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대화

오토바이 그리고 당진 JMH

濟 雲 堂 2013. 6. 29. 00:26

초등학교 다닐 때 자전거 타기를 배웠다

길이면 자전거 머리를 디밀었고

길이 없으면 길을 내면서 달렸다

 

중학교 다닐 때 모페드 타는 걸 배웠다

아버지가 배달 다니시는 걸 대신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골목이면 골목, 대로면 대로를 거침없이 달렸다

사실 아버지의 모페드는 자전거 겸 배기량 30cc 원동기였다

거침없이 달릴 수 없었다 기껏해야 30~40km

페달을 밟지 않고 달려간다는 것에 방점을 찍는다

 

고등학교 다닐 때 80cc 오토바이를 탔다

좀 더 속도감을 느낄 수 있었다

시속 70km

틈만 나면 아버지 대신 배달을 다녔다

이상하지? 공부를 마치고 어쩌다 아버지의 오토바이를 타면

바람을 맞는게 아니라 바람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

 

대학시절과 군대

이상하지? 왜 안 타고 다녔을까? 그 좋은 걸

 

병고에 시달리고 기어이 소천하신 자리에

댕그마니 88오토바이 한 대가 남았다

아버지 대신 배달을 다녔다

가정을 갖고 계집애와 사내놈이 태어나고

 

효성 90cc오토바이

대림 100cc 오토바이

대림 125cc Dream오토바이

효성 125cc Gs오토바이

효성 스즈끼 250cc 오토바이

대림 혼다 250cc 4V 오토바이

스즈끼 CR 400cc오토바이

할리 데이비슨 800cc 오토바이

가와사끼 500cc  Vulcan오토바이(22년 째 보관 중)

대림 100cc 스쿠터

그리고 125cc Forte 스쿠터(5년 째 타는 중)

 

아마 일일이 기억하지 못하지만

고장나고, 낡고, 도둑맞고, 부서져 교체한 오토바이를

모두 헤아려보면 족히 삼 십 여대는 될 것이다

사람의 길은 족히 다녔다

전국은 물론

 

오늘 사고가 났다

불현듯 그 동안 무엇을 타고 다녔는지

기록하고 싶어졌다

당진에서 올라왔단다 Grandeur XG다

그냥 후진해서 달려왔다

앞이 박살났다. 너무도 쉽게

오전 내내 엉망진창이 된다

20년 째 거래하고 있는 오토바이 가게 주인은 흥얼흥얼 신나서 고친다

 

당진 JMH가 두 번이나 메시지를 보내왔다

그녀를 가해자라 부르지 않는다

단지 운이 없었음이라고 기록한다

오토바이 주인은 65만원 어치 수리했다고 좋아한다

박카스 한 병 건내주면서 야릇하게 웃음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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