舌 .썰. 說

花界

濟 雲 堂 2010. 8. 29. 00:11

 

 

길 위에 모든 것이 존재한다고

앙드레 지드가 말했다

 

눈을 뜨고

눈을 감는 순간까지

나 또한 길 위에서

존재감을 느낀다

 

회색 창 밖에 개나리

노랑 봉우리 사이사이 진달래

분홍 살빛 벚 혹은 배꽃

홍란의 찔레

적막배후(赤寞背後)의 장미

아아, 접시꽃

헛다리 걸기 부용

무상무취의 무궁화

 

길을 걷다보니

눈에 밟히는 꽃무덤들이

무덤덤하게 스쳐지나갔다

 

무덤인 줄 알면서

스러져 죽어나자빠지는 줄 알면서

제 몸이 곧 무덤인 줄 알면서도

나무는

꽃을 다시 피어 문다

 

궂은 장마

먹장 구름을 거둔 한 여름

건드리면 스륵스륵 반응을 보일 것 같던

신경초처럼 생긴

자귀나무마저도

 

그대 생각을 많이 한 날,

이 세상은 온통 꽃 천지라는 걸

말해주고 싶었다

나 또한 무덤 밖 세상으로

꽃을 피우고 싶은

나무라 말해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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