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놈마저 대학에 들어가고부터는 얼굴 마주칠 일이 별로 없다는 게 요즘의 헛헛증이다. 새벽일 나가다 빠끔 문을 열어보면 골아 떨어져 자고 있고, 밤늦게까지 원고정리 내지는 뉴스를 보다가 잠잘 요량으로 자리에 누우면, “저, 들어왔어요.”라는 실바람 같은 목소리가 귓전에 잠시 머물고는 이내 어둠속으로 사라져버리기 일쑤기 때문이다. 잠은 꼭 집에 들어와서 자고 있다. 아르바이트를 병행해서인지 몸이 전 같지 않다. 선배들과의 술자리를 박차고 나오기 어렵다. 등등. 오랜만에 목욕탕에 함께 몸을 담그며 냅다 너스레를 떠는 꼴 상이 오히려 가관으로 보일 무렵. 그래도 원칙은 지키려했다고 보철 새 덜 여문 이빨 틈새로 야릇한 미소는 쉴 새 없이 밀려나왔다.
원칙은 강요가 아니라 지켜야 할 약속이라는 게 체득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이승의 몸을 빌려 사는 부모들의 한결 같은 바람이다. 나의 부모님이 그랬고 현재의 내가 그렇게 노력해야만 공동의 삶이 지켜진다는 점을 은연중 압력을 가해보지만, 이미 알고 있다는 듯 손아귀를 빠져나가는 미꾸라지처럼 작은 놈의 비늘은 충분히 매끈거리고 있던 터였다.
인천을 숙명의 집으로 삼으면서 집안 살림에 대한 내역과 행보는 관심의 영역 깊이 똬리를 틀고 있지만, 정작 일선에서 맞바람 맞대듯 곧추서려는 능력의 부재는 늘 아쉬움의 대상이었다. 그래서인지 가족성원의 의지를 대신해 집안의 제반 살림을 도맡아 잘해보겠다고 선언하는 것은 참으로 갸륵한 행위이자 숭고한 자기헌신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다만, 대의정치의 목적을 어렵사리 풀어 당리당략과 독선의 퍼즐에 끼워 맞춰 해법이랍시고 난장질했던 지난 시절의 아리송한 논리가 아니길 바라는 단서는 언제나 전제돼야할 명백한 덕목이다.
대다수 시민이 금번 6월 2일 선거에 거는 기대는 이구동성이다. 동상이몽을 꾸는 출마자들의 종국적 의지나 아름답고 살만한 민주시민사회를 꿈꾸는 유권자들이 결국 이루고자 하는 것은, 인천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보탬이 되는 사람이 결정되기를 바란다는 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거행위가 대의민주주의 결정방식의 최선이라는 것을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선거판 전체 그림을 놓고 봤을 때 절감하는 부분은 선거행위 자체에 대한 무관심이 여전히 마음을 아리게 만든다는 점이다. 역대의 예로 봤을 때, 투표율 최저의 오명이 이번 선거판에도 도사리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가 지워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점에 다각도로 접근해 족집게처럼 뽑아냈다고 하는 그간의 결론이 대동소이한 점도 만족스럽지 않다. 시민 정주성의 부족을 위시해 기존 정치판에 대한 불신, 상대방에 대한 비난과 정치적 냉소주의 그리고 ‘그 놈이 그 놈’이려니 하는 존중의 부재함 등등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의 자폐적 환경이 인천 선거판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해석들이 그것이기 때문이다.
깜찍한 발상이겠지만 좀 더 재밌고 즐겁게 그리고 신나면서도 의미 있는 선거를 치를 순 없을까? 상상을 해 본다. ‘관계자 외에 해당 사항 없음’이 주종을 이루던 기존 선거판에 ‘거침없이 하이 킥’ 똥 침을 날리는 자유분방하면서도 결의에 찬 시민의, 인천에 대한 사랑을 구체적으로 실현할 방법은 없을까?
지난 얘기지만 부산시 수영구 선거관리 위원회는 ‘벚꽃과 바다와 함께 하는 지방선거 축제 한마당’이라는 선거 사전 홍보행사를 일찍이 치렀다고 한다. 다양한 내용이 접합돼 선거에 대한 중압감을 부드럽고 접근하기 쉬운 이미지로 전환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후문이다. 무조건 따라 하자는 것이 아니라 우리 상황에 맞게 창의성을 발휘하자는 데에 의미가 증폭된다는 것에 방점을 찍고 제고해 보자는 얘기다. 상갓집 조문객처럼 장엄한 표정으로 우리지역 희망의 살림꾼을 뽑는다는 게 여간 마음에 걸리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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