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비하게 일상을 먹어대던
길은
새벽이 되어서야 겨우
제 모든 속을 깨끗이 비워냈다
길은
두 발바닥을 디디거나
신을 끌 듯
불량스럽게 다닐 수 없는
새로운 도덕률을 적용했으므로
위반했을 시엔 가차없이
공격을 서슴지 않았다
길에서 도덕이란
이면지의 이면지가 되는 것
그리고 다시,
볼 수 없을 지경의
이면지가 되도록 재활용 하는 것쯤이라는 것이
사실화 되었다
바퀴를 달면
율법이 되고
법 앞에 평등해지고
위신이 서고
삶의 목적이 되었다
그러나
길이라고 모두
길이 되는 것은 아니다
21세기를 맹신해 왔던
저 길도
휴식을 취하지 않는가
새벽
아무 것도 굴러다니지 않는
저 길을 보라
비록
잠시 일 지언정
참으로 따뜻하지 않은가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에게
저런 배후가 있음을
잠시 목도한다
그래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