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대화

버려진 장난감을 보다

濟 雲 堂 2008. 12. 9. 00:00

 

41769

 

 사람으로 치면

신발이거나

귀퉁뱅이거나

염통이었을

장난감의 형체가

 

사람으로 치면

한 때의 절대적이었을 존재감이거나

자위행위 같은 즐거움이거나

꿈과 같은 현실이었을

장난감의 형체가

 

사람으로 치면

다리

몸통

머리였을

 

인간의 유년은

온통 장난감 투성이다

장난감 같은 엄마 젓을 깨물고 빨고

쥐어 뜯다가 지쳐 쓰려져 버리고

푹신푹신한 아빠의 똥 배 위에 올라 타

이리 뛰고 저리 뛰다가

냅다 자빠져버리다가 잠들어 버리는

우리의 유년은

아니, 인간의 유년은

죄다 장난감 투성이었을 것이다

 

버려버리는 것이 쉬워지고

짓밟아도 언제든 새 것이 준비되는 가운데

나의 포악성과 짐승적 공격성은 부지불식 간에 학습되었다

조금만 불편해도

사는 게 불안하다고 느껴지는 순간부터

너의 존재는 장난감이 되어버린다

 

수도 없이 찢겨나간 빈 공책들이

유행이 지났다고 자해 당했던 옷가지들이

몇 번 만나고 질려 내동댕이 쳐버렸던 애인들이

나를 만족케 하지 못했던 신들의 수 없는 금언들이

느닷없이

느닷없이

쏟아진다

머리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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