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으로 치면
신발이거나
귀퉁뱅이거나
염통이었을
장난감의 형체가
사람으로 치면
한 때의 절대적이었을 존재감이거나
자위행위 같은 즐거움이거나
꿈과 같은 현실이었을
장난감의 형체가
사람으로 치면
팔
다리
몸통
머리였을
인간의 유년은
온통 장난감 투성이다
장난감 같은 엄마 젓을 깨물고 빨고
쥐어 뜯다가 지쳐 쓰려져 버리고
푹신푹신한 아빠의 똥 배 위에 올라 타
이리 뛰고 저리 뛰다가
냅다 자빠져버리다가 잠들어 버리는
우리의 유년은
아니, 인간의 유년은
죄다 장난감 투성이었을 것이다
버려버리는 것이 쉬워지고
짓밟아도 언제든 새 것이 준비되는 가운데
나의 포악성과 짐승적 공격성은 부지불식 간에 학습되었다
조금만 불편해도
사는 게 불안하다고 느껴지는 순간부터
너의 존재는 장난감이 되어버린다
수도 없이 찢겨나간 빈 공책들이
유행이 지났다고 자해 당했던 옷가지들이
몇 번 만나고 질려 내동댕이 쳐버렸던 애인들이
나를 만족케 하지 못했던 신들의 수 없는 금언들이
느닷없이
느닷없이
쏟아진다
머리통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