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사라지는 집들은 역사 속으로 영혼을 감춘다
다 삭은 뼈 마디처럼 길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저 돌 기둥은
메말라 있었다.
메마름보다 더 가벼운 단어가 존재하는가
사라지고 없는 육신 밖으로 뼈만 남은 영혼이
내게는 무겁게 보인다. 둔중하다.
사람의 마음들도 더불어 메말라 있다
메마른 시선에서 생명이란
가벼운 눈깜박임에 불과했다
주차장으로 만들어 진다는 후일담에
몸서리쳐진다
얼마간의 보상 또는 안정적인 벌이를 위해서
백 년 동안 살아온 집이 단 두 시간 만에 이렇게 변할 수 있다는 건
기적 아니면 강력한 저주이리라
한 해 동안 4만 명이 자살에 이르고
20만 명이 미수에 그치는 이웃나라의 통계가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도시개발과 구도심 재생 사업이라는 미명, 그리고
아름다운 미래를 위해 헌 신짝처럼 버려야 하는
과거로부터의 선물들은 무용론을 떠나서
실리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쓰레기가 되어 간다
과거의 시대를 유영했던 구도심 사람들은 졸지에 철부지가 되었다
군부독재보다 더 무서운 경제적 실리 독설의 침을 맞지 않을 서민이 없는
이 현실을 처참하다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다툰다. 아니, 갈등한다
좀 더디게 가더라도 평화롭게 가자는 게
시민사회의 요구다
몇 푼의 돈에 현혹돼 돌 기둥 속에 갖혀버린 메마른 영혼은 찾을 수 없다
이 다음에 나의 후손들은 벙어리 같은 이 돌 기둥을 탐석하면서
나와 같은 영탄의 시를 읊을지도 모른다
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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