舌 .썰. 說

부적 符籍

濟 雲 堂 2008. 5. 30. 00:31

 동경 간다(神田) 헌 책방 거리에서

손수레에 내어 놓고 파는 옛 물건 가운데

스쳐가듯이 보았던 것을

오늘 다시 만났다

 

지금은 폐허지만 지금으로부터 80여 년 전에는

인천에서 세도가 극에 달했을 정도로 위세가 넘치는 집이었을

모(某)집 안으로 들어가 구석구석 살펴보았다

 

아무 것도 없다

거의 반 정도가 뜯겨나간 다다미들과 흙을 발라 놓은 담벼락이

밖이 훤히 내다 보일 정도로 훼손된 채 휑뎅그렁한 실내였다

조만간에 이 집이 주차장이 된다는 소식을 접했던 터에

부리나케 달려온 마음이었지만

대문을 장식했던 어른 두 키 만한 돌 기둥만이 동강난 채

그렇게 빈 집으로 지키고 서 있었다

 

바닥과 벽과 천장은 그렇다치고

아직 멀쩡히 서 있는 출입문들이 을씨년스런

집의 운명을 말없이 지켜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순간, 머리 높이 쯤에서

뭔가가 반짝거리는 게 보였다   

   

 

입춘 날에,

대세 정해년 임인월 기사일 신미시 입춘대길

만복성지 건양다경 부모천년수 자손만대영...운운

 

지난 해인 2007년에 어느 절에서 받아온 듯한 '입춘대길' 부적일 것이다

대개 그렇듯이 복을 빌고, 나라에 경사스러운 일들이 많기를 바라고

부모와 자손이 영화롭게 오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은 매 한가지일 것이다

거의 판에 박힌 문구들이지만

우리네 삶의 구석구석에 의지처로 삼기에 이 보다 더 좋은 문구는 없을 것이다

 

이 사진은 지난 겨울에 완전히 철거돼

더 이상 이땅에서는 볼 수 없는 송림동 재개발지 어느 철거된 집에 들어가

찍은 부적 사진이다

다만, 좀 아쉬운 것은 '건양다경'이란 문구이다

절에서든 춘지를 쓸 때이든 평상적으로 상용하는 문구인데

특히 여기서 '건양(建陽)'이란 고종 임금 때(1896) 사용했던 연호로

지금까지도 아무런 의문없이 사용하는 것을 보면 좀 더 정확한 표기를

기해야 하지 않은가 생각되는 문구라 할 수 있다

뭐, 큰 의미로 나라라고 이름해도 대과는 없지만 왜, 쓰는지는

알아야 할 일이라고 본다

 

 

이 부적은 좀 기능적인 측면이 좀 더 강화된

특별한 기원을 요구하고 있는 부적일 것이다.

부적의 역사는 인류의 문명과 깊은 관련이 있다

문자의 생성 관계에서도 뗄래야 뗄 수 없는 밀접함이 있다

갑골문자의 원래 용도라든지, 구약성서 출애급에 나오는 양 피 관련 기호,

인도의 옴 문자

우리나라 천부인(天符印) 또는 천부경 경전 관련 이야기라든지

꽤 많은 상징체계가 즐비하다

 

결론적으로 부적은 기원 본능(祈願本能)의 상징으로서

경구, 믿음, 희망 등의 소극적 표현방식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여하간에 인류의 시원과 더불어 오늘날까지

끝없는 충족과 바람이 사라지지 않는 한

우리의 욕심이 사라지지 않는 한은 영원히 사용하게 될 것 같다

어떠한 형식으로든 간에...

 

 

첫 번째 사진의 부적은 해양관련 부적으로 사용돼 보이며

집 주인의 지난 이력과 행태 등을 통해서 충분히 감지되는 바.

질흙으로 구워서 만든 도기형 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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