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구름이
오색에 부서진다
언덕에서 박수 갈채소리가 들렸다
빠졌다 솟은 물매미가
물 위에서 미끄러졌다.
따라들었던 일체가
테이프로 바퀴 밑에서
자르라니 풀려나가다.
가로수 손들고 반기다가
멋쩍게 뒤돌아서서 차곡차곡
제자리를 마련한다.
갑자기 얕아진
하늘의
먼 구름 속
오원의 악보로 꾀꼬리가
교향(交響)을 한다.
<전문>
<꽃과 여인과 나목> 1965년 -첫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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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윤부현이 인천 어디에서 출생했는지는 자료의 부족으로
정확히 알아낼 수가 없다. 1927년에 나서 1986년에 돌아가신 분이니까
다리품 좀 팔면 궁금한 자료는 금새 나올 것이긴 한데 정성의 부족으로
엉덩일 똬리 틀고만 앉아 있으니 스스로도 답답한 구석이 아닐 수 없다.
기호 일보, 대구신문 등등에 심심챦게 그 기사가 등장하긴 한데
신문에 난 기사라는 게 전부를 확신할 만큼 정확한 사실에 근거했다고는
볼 수 없기 때문에 조만간 실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인천 관련 시를 탐색하다가
시인 윤부현의 '경인합승'이란 시를 읽는다
꽤나 두툼한 서류봉투에 한꺼번에 담긴 편지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 편지 내용이라는 걸 굳이 표현하자면,
사랑하는 애인에게 쓴 장문의 연서인데
'경인합승'은 그 수 십 장의 연서를 겨우 다섯 문장(연)으로 축약해 놓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는 이야기다.
인천과 연관지어 설명하자니 왠지 어불성스럽고
출발의 시점이라든지, 어디를 향하는지
게다가 인천을 상징하는 씨앗 말을 찾으려니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제목만 달랑 '경인'이란 낱말에 매달리 수밖에 없을
지경에 이르고야 만다.
아동문학을 업으로 삼으신 분의 시 치고는
굉장히 어려운 문체와 의미를 주지주의 시처럼 전개하시는데
면밀히 살펴보니 시력의 대단함과 탄탄한 구성에 매료될 만하다는 생각이다
같은 선상에서 아동문학가 김구연 선생님에 필적할 만큼
대단히 어려운 문장의 전개를 즐겨하시는 분 같다
위 시는 <꽃과 여인과 나목>이라는 시인의 처녀 시집 가운데 한 편을 골라
게재했는데 다분히 <경인..>이라는 제하를 염두에 두고 올리긴 했지만
앞서 얘기했듯이 인천과의 연관성들이 매우 추상적으로 처리돼 있다
다만, 합승이란 의미를 두고 봤을 때
이미지 상에서 주는 불편함 또는 묻어감 등등 비주체적인 상황을 합승이란
단어로 축약해 놨는데, 시 전체의 문맥을 보건데
그렇지도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오색이 부서진다
따라들었던 일체가 테이프로 바퀴 밑에서...
가로수...멋쩍게 뒤돌아가서...제자리를 마련한다
갑자기 얕아진... 오원의 악보로 꾀꼬리가 교향을 한다
등의 구절들로 봐서는
불안감이라든지 함승으로 인한 끼어듦, 좁음 따위 이미지는 보이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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