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력보다 달력의 원리가 생체 변화와 긴밀하게 작용된다는 것은
이미 보편적인 알음알이이다
특히 남성성보다는 여성성에 강조되는 부분이 많은데
우리의 세시절기 풍습 가운데 두드러지는 것은 여성 중심적인
절기 문화가 지배적이라는 사실이다
여성성이라고 해서 여성의 특징 성후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음양의 원리에 기준해서 판단되어지는 양성, 음성에 관한
나눔과 역할 그리고 기능의 효율적인 잣대를 쉽게 가늠케 하기 위한
생각의 정도라고 보면 되지 않을까?.
이러한 특징의 예를 딱히 짚으라면
달에 관련된 징후 두 가지를 꼽는데
여러 말의 가지를 잘라내 간단히 정리하면
거둠과 뿌림이라는 말로 요약이 된다.
팔월 한가위와 정월 대보름이 그 것인데,
말 그대로 팔월 한가위는 거둠으로써 나누고 고마움을 전하는
풍요의 상징이 되겠고
정월 대보름은 묵은 해의 씨줄들을 꽈서 새끼를 만들고
이를 남성과 여성의 맞대 구도로 짜 한 해의 농사를 점쳤으니
뿌림의 시작이라 할 만 하다
물론 이러한 맞대 구조에 있어서 절대적인 미덕은
늘 여성들이 부여잡고 있는 쪽이 승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즐겨하는 줄다리기의 본래 의미와는 좀 다른 내용이겠지만
사실이 그렇다.
그렇다라고 믿는 게, 보기에도 훨씬 더 인간미 넘치는 일이기도 하다
어떻게 하면 잊혀져 가는 우리 문화가 쉽게 받아 들여지고
즐겁게 이어가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 끝에
1990년에 처음으로 지신밟기라는 놀이를 구상하게 된다
풍물잽이들을 끌어 모으고
비석치기, 제기차기, 투호, 윷 놀이 등 갖가지 놀 거리를 마련했고
고사상과 달집을 만들어 묵은 해의 나쁜 기운을 쫓고
새 해의 안녕을 빌었다.
대도시 한 복판에서 벌였던 만큼 우여곡절과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지만
지난 해까지 그 맥을 잇는 개가를 올리게 된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그 게 잘 안 될 것 같다
귀 밝기 술도, 여럿이 함께 나눠 먹던 오곡밥도
달집을 태우며 듣던 폭발음소리도
뒤풀이로 내어 놓던 육개장에 말아 먹던 국수도
요원하게 느껴질 따름이다
장구와 꽹과리를 배우며
우리 문화를 처음 접했던 어린 벗들은
이제 아이를 낳고 직장을 다니고
어느 벗들은 선생이 되는 등 각종 전문직에 종사하고 있다
시간도 맞출 수 없는 상황인데다가
생계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현실 상황에서 이들을 불러내기가 결코 쉽지 않았던 것이다
올해는 이렇게 넘어가야 한다는 생각
아쉬움도 깊지만
그 만큼 와신상담 내년을 기약해야 해야 할 것 같다
오늘이 정월 대보름이다
대기가 불안정한 탓인지
붉게 물든 보름달에게 소원을 빈다는 게 조금 미안할 따름이다
해준 거 없이 받으려고만 했던 소원의 의미가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오곡을 짓고 아홉가지 나물을 무쳐 더위를 판다는 것 자체도
우리가 살고 있는 대지에게 너무도 한 것 없이 바라기만 한다는 것도
모두가 숙연한 맘 뿐이다
죄스럽다. 너무 직설적인가?
걸개 그림을 밤새도록 그려대던 십 년 전
어느 날이 불현듯 그립다는 생각이 든다
'閑談'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망개떡과 당고(團子) (0) | 2008.03.12 |
---|---|
담배에 대한 주저리 (0) | 2008.02.27 |
한담이 되어버린 閑談 (0) | 2008.01.08 |
반가운 선물 (0) | 2007.12.28 |
나의 살던..., 똥 바다 (0) | 2007.12.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