閑談

반가운 선물

濟 雲 堂 2007. 12. 28. 01:04

 

오랜 시간 일에 몰두하다보면

상황판단이 제대로 서질 않는다

새벽부터 점심나절까지 일하고

한시에는 내가 좋아하는 한양대 건축과 한동수 교수와의 미팅

세시에는 인성여고 학운위 회의

다섯 시 납품, 그리고 저녁을 먹고는

잠시 눈 붙인다는 게 그만 여덟 시를 넘기고 만다

 

상황판단이 제대로 서지 않을 때란

대체적으로 피로가 누적된 상태를 말하는데

그럼에도 한 교수와 그 연구원들과 만나

공화춘(共和春)에 대한 개괄적 얘기들을 주고 받은 것 하며

학운위 의결 사항 등등

어떻게 시간이 지나갔는지 도통 정의내리기가 편치 않다

게다가 누적된 일의 연장을 재현하려면

시간의 분배와 더불어 힘의 안배를 조절했어야 했는데

때가 때인지라 그러질 못하고 잠이 들어 버렸다

그런데 기분은 좋았다

잠을 잤다는 게 너무도 좋았다

마치 마지막 시험을 코 앞에 두고 밤샘하려듯 덤벼들었지만

책상 앞에 엎드려 아침을 맞이했던 기분

찝찝하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지만 시험 끝나지마자

돈 내기 축구 시합에 뛰어들기로 한 고딩 시절의 느낌처럼

왠지 기분은 좋았다

 

내일의 계획과 일의 진척 상황 그리고

현재의 준비 등등이 주마등처럼 스치는 가운데

매장에 들어서려는 찰라

뭔가가 눈에 들어왔다

검정 색 비닐 봉투 밖으로 서류봉투로 추정되는 물체가

45도 각도로 얼굴을 빼꼼 내밀고는

마치 서어브를 기다리는 배구의 세터처럼 비스듬히 일으켜져 있었다

옳거니~! 올 게 왔구나! 하며

비닐 봉투를 젖히는 순간, 영락없이 기대감에 맞아 떨어진 그 것이었다

책의 첫 장을 펼쳐들었다

 

처음이라는 생각을 떠 올릴 때에는

여러가지 기억들이 창고를 들쑤시고 일어나기 마련이다

기억의 창고는 정리는 안 되어 있지만

뭔가 계기만 주어진다면 언제든지 문 밖을 뛰쳐나올 스프링 자세로

반등의 본능을 갖고 있었다

그런 마음으로 책을 들어 올린다

제법 무겁다

질량의 무게가 아니라, 쉽고 가볍게 써 내려갔지만

유년기에 삭혀둔 곰삭은 추억담들이 줄지어 나오느라

무게가 하중을 받고 있는 거였다

그래서 무거웠다

<우리 아이들에게 그려주는 해양 생물 이야기 바다 현미경>

지은이 갯벌사랑.

자칫 그냥 지나치거나 잘 모르기 때문에 대충 넘어간

해양 생물 전반에 대한 세밀한 그림들이

필자의 정성이 깃들어 있음이 한 눈에 들어 왔다

앞 전에 스케치한 그림들을 얼핏 보여줬지만

이렇게 예쁘게 출판되리라고는 전혀 예측을 하지 못한 터여서

책은 더욱 반짝거렸고 또한 뜨거웠다

 

일반 서점에 배포되기 전에 미리 드렸노라고 한 말에 더욱 감동을 받는다

근데 증폭되는 궁금증의 배후 인물의 닉네임이 갯벌사랑이라는 것과

물리치료사 게다가 내게 알려주기로는

페이퍼 건축의 재능꾼 등으로 알고 있는데

책의 전면을 장식한 바다 생물 그림들을 그려낸 솜씨가 출중타 못해

굉장하였다.

그 정체가 궁금했다

 

사람의 생명을 관장하는 것을 사랑이라고 본다

생명력이 있다. 존재감이 느껴진다는 의미가 던져주는 본질은

사랑이다

개벌사랑은 그런 의미에서 바다를 사랑하는 존재 그 자체일 것이고

사랑 넘어 존재하는 미래의 현재성이라는 생각으로 정리가 된다

자신의 두 아이를 데리고 다니면서

사랑하는 마누라를 모시고 다니면서

(마누라라는 표현은 흥선대원군 이하응도 즐겨 썼음. 존중의 의미)

미래를 향한 기구를 얼마나 그려댔던가가

한 눈에 들어 오는 것이었다

 

충만이다

더 표현할 방법이 부재하다

기쁘다

이루 헤아릴 수 없는 기쁨이다

게다가 슬며시 책 밑에 깔아둔 딸기 한 접시와 세 개의 귤도

나를 흘러 넘치게 만든다

사랑으로

 

 

33549

 

 

 

 

'閑談'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월 대보름 지신밟기  (0) 2008.02.20
한담이 되어버린 閑談  (0) 2008.01.08
나의 살던..., 똥 바다  (0) 2007.12.08
한국최초 철도 가설도  (0) 2007.08.30
맥아더 Douglas Mcathur  (0) 2007.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