閑談

한담이 되어버린 閑談

濟 雲 堂 2008. 1. 8. 21:52

33963

한담(閑談)이라고 써 넣고 나서는

사실, 그렇지 않은데... 라고 옷깃을 다시 저며본다

냉기가 도는 책상에서

흔들리고 있는 촛불과 작은 등불이

현재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담배 한 개비를 물고 라이터를 켠다

행여 그러면 불안감이 좀 누그러들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

조각방 구석까지 미치고 있었다

 

라이터에 불꽃이 이는 순간까지

나는 생략된 말 줄임표를 기억해 내고야 만다

이 라이터는 500원을 넣으면 실팍한 기중기모양의 거미 손이

선물을 끌어 올리게 끔 만들어진

또뽑기 기계에서 

누군가 내게 선물로 준 라이터였다.

이른바 터보라고 불리는 라이터이다

이 라이터는 세 가지의 기능이 추가돼 있는데

하나는 Flash 기능이고 다른 하나는 야하게 비춰지는 보라색 조명등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휘둥그레 하게 만드는 건

투박하나마 손톱깎기가 장착돼 있다는 거였다 

 

 

이제 불꽃이 세 개로 늘었으니

좀 나아 질 것이라는 상상을 해보지만

호시탐탐 천정에 들러 붙어 기력이 다하기를 노리는

어둠 덩어리들이 넓게 포진하고 있는 한은

상황이 좀처럼 좋아질  것 같은 예감은 들지 않았다

 

좀 장황스러웠다

장황의 속셈은 불안감을 어떻게 하든 지우려 애 쓰고 싶은 바람이

내재돼 있기 때문이다.

컴퓨터를 진작에 켜 놨었다

어제 새벽부터 컴퓨터에서 발표되는 모종의 결과를 보기 위해서였는데

선듯 화면 가까이 다가서고 싶지 않은 충동은

역시 모종의 불안감의 병후일 거라는 상념 탓도 있었다

 

결과는 다시 또...

또뽑기 기계에서 쑥쑥 빠져나오는 선물 꾸러미처럼

아니 불꽃을 만들어내는 라이터처럼 이 불안감을 밝혀줄 순 없나 라는 바람은

여지없이 무너져 내린다

 

임용고시합격자 발표 명단에는

내가 찾으려는 이름이 없었다

깜깜 면벽이다

시험 치른 날과 발표 날 사이 일련으로 벌어진

모종의 앙탈 사건들은 관찰자여야만 하는 나를

은근히 압박하려 했던 상황이었음이 증명되는 순간이다

 

벌써 세 번의 고배

독배 같은 쓴 맛을 세 번이나 맛을 봐야 하다니

내게 드러낸 그 얼굴은

또렷한 형체 없이

목구비가 한 곳에 쏠려 있는 모양으로 뭔가 뜨거운 물질을

자꾸만 게워내고 있었다

 

은근히 부아가 치민다

노력이 부족했던 점도 부인할 수 없지만

같은 시험에 연거푸 고개를 숙여야 한다는 것

게다가 삼세번이라는, 전설 같지 않은 전설을 은근히 기대한

내 자신의 비논리적인 기구 등 여러가지 생각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흘러 넘치고 말았던 것이다

 

뭐라 위로를 못했다

목울대에서는 간헐적으로 쓴 물이 넘어 와 입 안을

씁씁하게 만들었지만 예의 헛기침만 연실 해 대었다

마치 감기에 걸려 가래를 삭히는 시늉 하듯이 말이다

누가 뭐래도 최대의 피해자는 당사자일 거고

가슴을 치고 통탄해야할 사람도 당사자일 거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그래~!뭔가가 부족했었을 거야!

의지만 굳건하다면야 내년에는 기필코 되지 않겠어? 라고 운을 떼어 보지만

벌써 삼십을 훌쩍 넘긴 나이가 예사롭지 않았고

가슴의 절반이 무너져

전의마저 상실한 것처럼 보이는 �한 모습에는

도무지 말씀이 침투할 틈은 없어 보였다

 

다시 해야죠!

보란 듯이 꼭 다음엔 붙을 거에요! 라는 말이 입에서 뛰쳐나온 것은

상련의 마음으로 연달아 피워 문 담배가 거지 다 떨어져갈 무렵이었다

쾌재였다.

그랬으면 좋겠다고 먹었던 마음보다 입에서 먼저 올커니!라는 답이 나왔다

암, 그래야지! 그래야 하고 말고...

 

위로는 그렇게 마무리 됐다

참, 간단했다

눈물 몇 방울과 또 한 번의 다짐을 갖는데 불과 삼십 여분 밖에

소요되지 않았다. 지난 새벽부터 오매불망 명단을 기다리고 뒤져 봤던

시간들과 불안감은 그저 기우에 불과 했던 것이다

마음 속으로 결론을 내린다

대단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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