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 창 밖에는
지구 저 편에서
밀려오는 시간의 그림자들이
태양을 압박하고 있다
삽시간에 불어 닥친 어둠이
한산한 항구의 몸통을 지그시 누른다
불시에 제압당한 거리에
수전증을 앓고 있는
도시의 등불들
오늘 일간지에는
가을을 고하고 본격적인 추위가
엄습하리라는 분명한 문구가 있었다
가을의 경계가
돌이킬 수 없는 시간처럼
우수수 무너져버린다
거리가 텅 비어 있다
도시를 점령한 삭풍이 휘젓고 다닐 때마다
가을이 우수수 무너진다
가을이 무장해제 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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