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로 쓴 仁川(남의 살)

밤 -김소월-

濟 雲 堂 2007. 5. 3. 01:26

 

 

홀로 잠들기가 참말 외로워요

 

밤에는 사무치도록 그리워와요

 

이리도 무던히

 

아주 얼굴조차 잊힐 듯해요.

 

 

 

벌써 해가 지고 어둡는데요

 

이곳은 인천의 제물포, 이름난 곳

 

부슬부슬 오는 비에 밤이 더디고

 

바닷바람이 춥기만 합니다.

 

 

 

다만 고요히 누워 들으면

 

다만 고요히 누워 들으면

 

하이얗게 밀려드는 봄 밀물이

 

눈앞을 가로막고 흐느낄 뿐이야요.

 

 

 

  <개벽> 1922.2

 

 

 

1920년 천도교가 주관해서 만든 잡지 <개벽> 1922년 2월 판에 게재된 '밤' 이라는 시의 전문이다

당대에 내로라하는 가객들이 앞을 다투어 작품을 올린 <개벽>은 약 3년 간의 발행기 동안 우리나라의 대표적 작가군을 묶어낸 산파 노릇을 해왔다. 우리들이 알고 있는 교과서적 인물들이 다량으로 포진했던 잡지였다.

소월은 인천을 여행하는 동안 겨울 옷을 채 다 벗지 못지 못했던 제물포 부두의 을씨년스런 밤바닷가를 바라보며 어떤 외로움에 사로잡혔는지, 어떤 그리움을 가슴에 담고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표현하지 않았지만 일장의 소회를 <밤>에 기대고 있었다.

일본 제국주의의 회유기에 비교적 강단 심정을 껍질 째 드러내지는 않았어도 읽으면 읽을 수록에

겉잡을 수 없는 감정이 복받쳐옴을 느끼게 된다. 작품의 현재성은 완료형이 아니라 끊임없이 진보 진화된다는 성질을 독자들에게 떠넘겨 다각적인 해석을 유발케 하고 있다. 문화적인 측면이든 역사적 측면이든 아니면 사생활이든 간에 소월은 인천에서 현재 일컬어지는 제물포 역의 제물포가 아닌 밤바다 넘실 흐느적거리는 포구 제물포에서 문자의 스냅 사진을 간략하게 박아 놓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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