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에 섰습니다
바다와 육지의 경계에는
어느 것이 어둠의 흔적이고 어느 것이
육지의 몸통인지 분간할 수 없는
깊은 시간이 녹아 있었습니다.
겨울이라는 시간대를 한가롭게 거니는
월미도 풍경에는
사랑에 애닳아 껴 안지 않고서는 걸어다닐 수 조차없는
연인들과
낯선 시간에 낯선 거리에서
그저 면목없이 어둠 속으로시간을 밀어 넣고 있는
어르신들과
섬과 육지를 잇는 용주호 선두에 서서
서둘러 귀가하려는 직장인과
학생들이 눈이 띄고 있습니다
문득 이 자리 이 순간은
어느 누구에도
살가운 대화와 친밀한 미소는
허용되지 않는 엄숙한 비장함이 감돌고 있었습니다
귀가는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라 하였습니다
집이 우주의 본토라 칭하면
우리는 어디를 그렇게 떠돌아 다녔는지
돌아가야할 곳에 대한 믿음과
돌아와야할 신뢰 사이에서
나는 곧 당신이 되고
당신은 곧 우리됨을
깨닫게 하고 있었습니다
하여, 우리의 집은 아직도 멀리 있구요
나나 당신이 만든
깊은 경계에는 침묵의 벽이
너무도 높이 세워져 있었지요